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5년 뒤 예언보다 지금의 17%

곽동현·입력 2026. 07. 27. 오후 5:37:00
머스크의 초지능 전망과 청년 고용 통계가 서로 다른 시계를 가리킨다
예언의 시계와 고용 통계의 시계는 같은 시각을 가리키지 않는다
예언의 시계와 고용 통계의 시계는 같은 시각을 가리키지 않는다 / ⓒ 브레스저널

38만명.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청년 취업자 수다. 1년 전보다 8만1000명, 비율로는 17.6% 줄었다. AI의 영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다고 지목돼온 두 업종에서 나온 감소폭이다.

같은 시기 일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훨씬 큰 그림을 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약 5년 뒤면 AI가 인류 전체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똑똑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 자체를 빼놓는다면, AI가 인간에게 뒤질 영역은 거의 남지 않으리라는 게 그의 표현이었다.

육체노동 쪽도 같은 시한을 걸었다. 5년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 - 사람 형태를 본떠 손발을 쓰는 로봇 - 이 최소 1억대, 많으면 10억대까지 깔린다는 전망이다.

예언과 통계는 같은 주에 도착했지만, 겨누는 시점이 다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내놓은 'AI의 거시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를 보면 10년 뒤 AI 자동화로 대체 대상에 들어가는 인력은 연간 63만7600여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AI를 도입하는 비용과 아끼는 인건비를 견줘 실제로 수지가 맞는 경우만 추리면 25만5700여명으로 줄어든다. 2024년 기준 전체 노동자의 2.1% 규모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돈이 되는 것 사이의 간격이 그만큼 넓다는 얘기다.

대체 압력이 어디로 쏠리는지가 더 눈에 띈다.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10만6653명으로 가장 많고 사무 종사자가 5만6398명으로 그다음이다. 판매 종사자 4만1087명,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3만9202명까지 더하면 24만3340명, 전체의 95%를 넘는다.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는 0명, 단순 노무 종사자는 2135명, 서비스 종사자는 3736명에 그쳤다.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부터 흔들린다는 배치다.

앤트로픽이 지난 3월 공개한 '노동시장 영향 보고서'도 비슷한 곳을 짚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업무의 75%, 전산자료 입력 업무의 67%가 AI 영향권에 들어 있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의 평균임금이 그렇지 않은 직군보다 47% 높게 나왔다. 자동화가 임금 하위층부터 훑어 올라간다는 오래된 가정과 어긋나는 결과다.

반론도 같은 주에 나왔다. 구글은 7월 23일 전 세계에서 수집한 수백만건의 익명 AI 사용 기록을 분석한 보고서를 내면서, 지금의 AI는 사람을 밀어내기보다 옆에서 거드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근거로 든 게 대화의 성격이다.

대체 압력은 신체 노동보다 책상 위 업무 쪽으로 기울어 있다
대체 압력은 신체 노동보다 책상 위 업무 쪽으로 기울어 있다 / ⓒ 브레스저널

정해진 절차가 없는 인지 업무를 다룬 대화 가운데 완전 자동화를 노린 비중은 10%에 못 미쳤다. 이런 비정형 인지 분석 업무는 직무 데이터베이스 O*NET 기준으로 전체 과업의 35%인데, 제미나이 사용량에서는 65%를 차지했다. 사람들이 AI를 가장 많이 부르는 영역과, AI에게 통째로 맡기는 영역은 서로 다르다.

구글 연구진도 안심하라고는 하지 않았다. 모델 성능이 올라가면 지금의 협업형 업무가 차차 자동화될 수 있고, 숙련자의 생산성이 크게 뛰면 신입 채용부터 줄어드는 식으로 노동시장에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를 AI를 파는 회사가 직접 수행했다는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수치의 크기 자체도 출처마다 제각각이다. 선진국 노동자 열 명 중 여섯 명이 AI 파급 범위에 있다는 국제통화기금 추산, 정규직 3억개가 자동화 위험에 놓였다는 골드만삭스 분석, 2030년까지 1억7000만개가 생기고 9200만개가 사라져 7800만개가 남는다는 세계경제포럼 전망이 모두 나와 있다. 대상 범위와 정의가 달라 하나의 눈금에 얹을 수 없는 값들이다.

전망하는 사람들의 시한도 벌어져 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마이크로소프트 AI 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컴퓨터로 처리하는 업무 대부분이 12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자동화된다고 말했고, 제프리 힌턴 교수는 지난해 팟캐스트 '다이어리 오브 어 CEO'에서 평범한 지적 노동은 AI가 전부 가져간다고 했다. 머스크는 은퇴 자금을 10~20년 뒤에 맞춰 모으는 일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파국 가능성이 0은 아니라고 인정하면서도 개발을 멈출 방법은 없다는 게 그의 태도다. 정지 버튼이 있어도 누르지 말아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 사이 경제학자들은 다른 문서를 썼다. 스탠퍼드대 디지털이코노미랩이 7월 13일 발표한 'AI의 경제 전환에 관한 성명'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16명을 포함해 200명 넘는 서명이 붙었다. 폴 크루그먼과 니얼 퍼거슨, 타일러 카우언처럼 평소 같은 편에 서지 않는 이름들이 함께 올랐다. 리드 호프먼과 에릭 슈밋 같은 업계 인사, 제이슨 퍼먼과 기타 고피너스 같은 정책 경험자도 섞였다.

미국 기업 지출 데이터를 다루는 램프는 AI에 돈을 많이 쓴 기업일수록 전체 고용과 초급 인력 채용이 더 빠르게 늘었다고 밝혔다. 구인·구직 플랫폼 워크스피어가 국회 토론회에서 내놓은 자료에서도 공고 수 자체는 줄지 않았고, 공고문에 'AI'라는 단어가 더 자주 박혔다. 국내 청년 취업자 통계와 정반대로 읽히지만, 두 자료가 재는 대상이 애초에 다르다. 하나는 한국의 특정 업종 취업자 수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기업의 지출과 공고문이다.

5년 뒤 지능 총합이 역전되는지는 그때 가서 알 일이다. 지금 확인 가능한 건 IT와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청년 일자리가 1년 새 8만1000개 사라졌다는 사실, 그리고 그 감소가 AI 때문인지 경기 흐름 때문인지 가려낼 대조 지표가 함께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취업 준비생이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직군이 KDI가 꼽은 상위 4개 직군에 들어가는지, 들어간다면 그 안에서 AI에 통째로 넘기기 어려운 과업이 무엇인지다.

곽동현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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