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25만6000개. KDI 남창우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22일 발표한 'AI의 거시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가 10년 뒤 자동화로 사라질 것으로 본 일자리 규모다. 2024년 전체 취업자의 2.1%에 해당한다.
같은 보고서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향후 10년간 한국 경제의 총요소생산성이 1.5~3.5% 오를 것으로 봤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을 얼마나 넣었느냐로 설명되지 않는 나머지 생산력, 쉽게 말해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이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10년간 3.5%를 연평균으로 나누면 생산성 증가율이 매년 0.35%포인트 높아지는 정도에 그친다. 체감하기 어려운 크기다.
보고서는 고용 감소가 전문가와 사무·판매직 같은 중·고숙련 직종에 몰릴 것으로 봤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으로는 R&D·정보통신과 경영·사무직이 꼽혔고, 대면 서비스와 사회복지 쪽은 자동화 가능성이 낮게 나왔다. 고임금 직종의 임금 상승세가 눌리면서 직종 간 임금불평등은 지니계수로 볼 때 조금 나아지거나 지금 수준을 지킬 것으로 전망됐다. 임금 격차가 줄어드는 힘이 아래를 끌어올리는 데서 오지 않고 위를 눌러 내리는 데서 온다면, 개선이라는 말을 그대로 쓰기는 어렵다.
자동화 가능성이 있는 직업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도 전체의 72%다. 비용까지 따져 자동화가 실제로 성립하는 경제 규모는 일자리 기준 1.4%, 매출액 기준 1.8%에 머문다. 10년 뒤 이 비율은 8.1%와 10.5%로 커진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돈이 되는 것 사이의 간격, 그 간격이 좁혀지는 기간이 곧 대응에 쓸 수 있는 시간이다.
AI를 도입한 기업의 상용근로자 1인당 매출액은 약 20% 늘었다. 이 분석이 어느 기간의 어떤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는지까지는 보고서 요약 단계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알파벳 직원 수는 2025년 6월 30일 18만7103명에서 올해 같은 날 19만8933명으로 1만1830명 늘었다. 2026년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 증가한 1198억 달러(약 177조원)였고, 이 분기에만 4000명 넘게 더 뽑았다. 1년 증가분의 3분의 1이 석 달에 몰린 뜻이다. 회사는 올해 자본지출 전망도 최대 1900억 달러에서 1950억~2050억 달러로 올려 잡았다.
어느 직군을 늘렸는지는 알파벳이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이 회사는 2023년 약 1만2000명을 내보냈고 그 뒤로도 여러 차례 감원했다. 메타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도 2022년 이후 수천 명 규모로 인력을 줄였다.
직원 약 4500명이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와 경영진 3명에게 해고 방지 대책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에 이름을 올린 것도 그 배경에서다. 총원이 늘어도 개인의 고용 불안은 그대로다.
국내에서는 요구가 제도 쪽으로 향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로봇세나 기본소득 도입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조사 주체와 표본 규모가 함께 공개되지 않아 이 비율을 정책 근거로 곧장 쓰기는 이르다.
공장에서는 더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2026년 임단협에서 '미래 고용 보장'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신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고용과 연결되는 사안은 노사가 협의하자는 요구에 회사는 협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
노조는 정년 연장과 완전월급제, 생산라인을 재배치할 때 노조 합의를 의무화하는 안도 함께 올렸다. 기아 노조는 내부에 AI위원회를 꾸렸다.
매각을 둘러싼 갈등도 번졌다. 현대위아 노조는 특수사업부 매각 추진에 반대해 철회를 요구했고,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는 본계약 보류와 매각 중단, 강제 전적 철회, 전적 거부권과 고용 승계 보장을 걸고 총력 투쟁에 들어갔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프랑스 부품업체 OP모빌리티와 램프사업부 매각 검토 양해각서를 맺고 본계약을 밀어붙여 왔다. 현대차그룹은 SDV 전환과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서두르고 있고, 이번 매각도 그 흐름 안에 있다.
KDI가 정부에 주문한 역할은 조력자다. 짧게는 AI 고노출 직종의 직무를 다시 설계하고 재교육을 넓히는 일, 공공 클라우드와 공동 GPU 센터를 돌려 중소기업의 문턱을 낮추는 일을 꼽았다. 길게는 공공서비스에 사람을 돕는 형태의 AI를 보급하고, 산업별 AI 거버넌스와 노사정 협의체를 만들고, 실업급여 사각지대를 메우자고 했다.
25만6000이라는 수는 10년 뒤 어느 해의 사정을 가리킨다. 그 사이 열 번의 임단협이 지나가고, 재교육 예산이 열 번 편성된다. 보고서가 내놓은 범위 안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기술의 성능보다 재교육과 협의가 실제로 굴러갔느냐다. 현대차 노조와 회사가 합의한 협의 절차가 첫 시험대에 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