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조립 라인이 하루 네 시간씩 멈췄다. 7월 13일부터 15일까지 사흘, 현대차 노조가 벌인 부분파업의 명분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임금 인상안도 교섭 테이블에 올라 있지만, 라인을 세운 직접적 이유는 사람이 서 있던 공정을 기계가 넘겨받는 절차였다. 업계는 이 사흘로 차량 5000대가량이 만들어지지 못했고 매출 손실이 2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현지시간 보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이유로 자동차 공장 가동이 멈춘 사례는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휴머노이드는 사람과 비슷한 팔다리를 갖춰 사람용으로 설계된 작업대와 통로를 그대로 쓰는 로봇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이 바닥에 고정된 팔 하나로 정해진 동작만 반복했다면, 이쪽은 라인 사이를 걸어 다니며 여러 공정에 번갈아 투입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가 올해 1월 CES 2026에서 공개한 '아틀라스'가 그 물건이다. 개발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완전 인수한 회사다.
공개된 차세대 아틀라스는 관절 56개를 갖췄고 50kg짜리 부품을 들어 올린다는 설명이 붙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제조 현장 투입을 시작한다는 일정을 잡아 뒀다. 배치 장소를 미국 공장으로 좁혀 소개한 설명과, 장소 대신 작업 단계를 제시한 설명이 함께 나와 있다. 후자에 따르면 2028년에는 부품을 골라내는 일부터 맡기고 2030년쯤 조립까지 넓힌다.
아틀라스 한 대 값은 13만 달러, 원화로 1억 92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업계는 양산 초기 원가를 대당 13만~14만 달러로 보다가 연 5만 대 규모에 이르면 3만 달러, 약 4500만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본다. 값이 그 선까지 떨어지면 도입 여부를 재는 기준이 바뀐다.
노조 요구안은 그 변화를 겨냥한다. 로봇을 라인에 넣을 때 노조와 사전 합의를 거치도록 못 박고, 자동화로 근무 시간이 짧아지면 임금이 함께 깎이는 시급제를 월급제로 바꾸며, 정년을 늘리자는 내용이다. 정년 요구 수준은 65세로 소개된 자료가 있고, 연령 없이 '연장'으로만 적힌 자료도 있다. 임금체계를 놓고는 노사가 공동 연구용역을 하기로 했다.
국가통계포털 기준 제조업 취업자는 2024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24개월 내리 줄었고, 분기로는 여덟 분기째 감소다. 올해 5월에는 1년 전보다 14만 명이 사라졌다. 이 감소분 가운데 얼마가 로봇 때문인지 갈라낸 통계는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AI와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국내 일자리의 절반가량이 AI 도입 영향권에 들어가고, 그중 24%는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27%는 고용과 소득의 위기를 맞을 것으로 봤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9200만 개가 없어지고 1억 7000만 개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근로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1220대로 세계에서 밀도가 가장 높은 축에 든다. 로봇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에서 로봇 도입 절차를 놓고 첫 파업이 벌어졌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과 로봇 부품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들었고, 미국과 중국 기업들도 생산 현장에 휴머노이드를 들이기 시작했다.
노사는 7월 8일 15차 교섭을 끝으로 테이블에 다시 마주 앉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30.8% 줄어든 상황이라 회사도 여유롭지 않다. 한국GM도 부분파업에 들어갔고, 기아는 교섭이 결렬돼 2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치른다. 노조는 20일부터 사흘간 2차 부분파업을 예고해 뒀다.
아틀라스가 라인에 서기까지는 2년쯤 남았다. 그 사이 노사가 정해야 할 것은 로봇이 들어올 때 사람이 어떤 통보를 받고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다. 울산의 교섭 결과는 조합원 4만 명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으로 남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