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AI 전환에 따른 고용 변화를 상시로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지난 9일 한성숙 국무총리 취임 후 첫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나온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에는 '한국형 카나리아 대시보드' 구축과 '한국형 AI 노출지수(K-AIOE)' 개발이 담겼다. 산업구조 변화를 겨냥해 정부가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따로 세운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이 감시망이 켜지는 때는 고용노동부 설명대로라면 이르면 2027년 하반기, 늦으면 2028년 초다.
카나리아 대시보드는 미국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도구다. 탄광의 새처럼 고용 지표의 미세한 흔들림을 조기에 잡아내겠다는 발상으로, AI가 직업별 채용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AI 노출지수는 어떤 직업의 업무가 AI로 대체되거나 보조될 여지가 얼마나 되는지를 수치로 환산한 값이다. 두 도구를 합치면 어느 업종 어느 직군이 흔들리는지 지도가 그려진다.
대시보드와 노출지수가 완성되기까지는 1년 반이 남았다.
그 사이 울산에서는 임금을 어떻게 지급할지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일 임단협 교섭에서 완전 월급제 도입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용역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생산직 임금은 지금 시급을 바탕으로 연장·야간근로 수당이 붙는 형태인데, 라인이 자동화되고 잔업이 줄면 이 방식은 임금 자체를 깎는 결과로 이어진다.
노사는 용역 결과를 받아 공동 태스크포스에서 시행 시기와 적용 범위를 따지기로 했다. 같은 교섭에서 노조는 사전 협의 없이 AI와 로봇을 들이지 못하게 하는 조항도 요구했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부품 공정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룹은 2028년부터 이 로봇 3만 대를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국내 공장 투입 여부는 노사 협의를 거쳐야 할 사안으로 남아 있다.

미국 테네시주 LG전자 공장의 자동화율은 68%지만, 사람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반복 작업과 위험 작업을 기계가 맡고 공정 관리와 이상 대응은 사람이 쥐는 분담이 굳어졌다. 같은 주 아마존 물류센터도 로봇이 상품 선반을 작업자 앞까지 밀어다 주는 방식으로 돌아간다. 인건비가 비싸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조건, 협력사 생태계가 얇다는 사정이 이 전환을 밀었다.
지난 5월 칭다오에 문을 연 전기차 충전섬 '라이뎬다오'는 무인 전기택배차 1200대를 관리하는데 상주 인력이 없다. 운영사 신석기 측은 직원 50명과 관리자를 두면 8시간 기준 월 6000만원, 24시간 운영이면 월 1억 8000만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무인충전소 300곳을 더 세우고 택배 차량을 30만 대까지 늘릴 참이다. 칭다오항 4세대 자동화 터미널은 크레인 한 대의 시간당 컨테이너 처리량을 26개에서 62개로 끌어올렸고, 근무 인원은 모두 9명, 3교대로 현장에 나와 있는 사람은 6명이다.
공업정보화부를 포함한 17개 부처가 함께 낸 '로봇+ 응용 행동계획'은 제조업과 농업, 건축을 비롯한 10대 산업을 자동화 대상으로 못박았다.
정부 인식은 AI가 단순·반복 업무를 대체하면서 신규 채용이 줄고 있다는 쪽이다. 반면 감원을 진행한 기업 측에서는 AI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데 선을 긋는다. 인과를 두고 서로 다른 말이 오가는 동안, 무엇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공통 지표로 세는 도구는 나와 있지 않다. 국내에서 로봇세 논의가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닿아 있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AI 직업훈련을 100만명 넘게 지원하고, 전환 과정에서 임금이 깎이는 노동자를 위한 임금보험을 중장기 과제로 논의하기로 했다. 탄소중립 전환의 충격이 충남, 울산, 여수, 포항 같은 특정 지역에 몰린다는 점도 계획에 반영됐다. 훈련과 임금보험이 언제 어떤 규모로 굴러가는지는 앞으로 나올 연도별 집행 계획에서 드러난다.
잔업 수당이 임금의 상당 부분을 이루는 노동자에게 자동화는 당장 다음 달 임금의 문제다. 현대차 노사의 연구용역과 공동 태스크포스가 어떤 결론을 내는지, 정부의 노출지수가 그 결론보다 일찍 나오는지가 앞으로 1년 반을 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