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업무를 대신 처리할 AI 에이전트를 짓는 데 서울시가 약 18억원을 배정했다. 기간은 계약일로부터 5개월. 공통 운영 기반을 깔고, 업무에 특화된 에이전트 세 종류를 시범으로 만들고, 여기에 쓸 AI 인프라를 들이는 사업이다. 시범 대상으로 고른 업무는 문서 요약과 회의실 예약, 그리고 제안평가위원 선정이다.
셋 다 사람이 하면 지루하고, 틀리면 곤란해진다. 회의실 예약이 어긋나면 웃고 넘길 수 있지만 제안평가위원 선정은 성격이 다르다. 심사의 공정성이 걸린 절차를 소프트웨어가 추려내기 시작하면, 그 선택을 누가 확인하고 서명하느냐가 실무의 중심으로 올라온다.
이번 사업은 지난 5월 구축을 마친 생성형 AI 기반 '챗봇 2.0'의 후속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기반 연계 통합 운영 체계를 만들어 업무관리시스템, 회의실 예약 시스템, 메일 시스템 같은 내부 행정시스템에 에이전트를 물린다. MCP는 AI가 바깥 시스템의 기능과 데이터를 정해진 규격으로 불러다 쓰게 해주는 약속을 말한다.
함께 만드는 범용 에이전트의 기능 목록에는 OCR 기반 문서 인식, 조직도 정보 조회, 예산·집행 내역 조회, 메일 발송이 들어간다. 사용자 권한 검증도 포함됐다. 이 사람이 이 정보를 볼 자격을 갖췄는지 에이전트가 스스로 확인하는 기능이 과업에 명시됐다.
같은 주에 금융권도 움직였다. NH농협은행은 7월 9일 경기도 고양시 NH인재원에서 애자일소다와 워크숍을 열고, 10일 AI 에이전트 기반 혁신 과제 발굴과 AI 전환 협력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애자일소다 인수를 계기로 마련된 워크숍에는 강태영 농협은행장이 참석했다.

보안기업 시스디그는 6일(현지시각) '제이드퍼퍼(JadePuffer)'라 이름 붙인 AI 기반 자동화 랜섬웨어 공격 분석을 내놨다. 클라우드의 IAM 설정 오류와 밖으로 노출된 API 키를 파고들어 내부 자격 증명을 훔치는 방식이었다. IAM은 어떤 계정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해두는 접근 권한 관리 체계를 가리킨다.
정찰에서 권한 탈취, 내부 이동까지 사람의 실시간 개입 없이 단 몇 분 만에 이어졌고 1300개가 넘는 워크로드가 영향권에 들었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실제 운영 환경을 토대로 한 위협 시나리오 분석이라는 성격은 감안해 읽을 필요가 있다.
SK텔레콤이 전사 보안 기준을 신원 중심으로 다시 짜는 통합신원관리 체계를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닿는다. 사람만 로그인하던 시절엔 계정과 비밀번호를 지키면 됐다. 에이전트가 시스템에 직접 들어와 일을 시작하면 접근하는 주체의 종류부터 늘어난다. SKT는 FIDO 얼라이언스 이사회 멤버로 차세대 인증 솔루션 '패스키'를 도입했고, 이 솔루션은 GS 인증 1등급을 받았다.
패스키는 비밀번호를 주고받지 않는다. 기기의 보안 영역에 개인키를 두고 서버에는 짝이 되는 공개키만 남긴 뒤, 로그인할 때 서명값만 오간다. 훔칠 비밀번호가 서버에 없으니 털릴 것도 없다는 설계다. 사람에게 적용된 이 방식을 소프트웨어 행위자에게 어떻게 넓히느냐가 다음 숙제로 남는다.
행정과 금융, 보안, 공공 인프라, 농업에서 에이전트 관련 발표가 7월 9일부터 12일 사이에 몰려 나왔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에이전트 경제' 기반 구축에 11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같은 흐름에 놓인다. 기관들이 일정을 맞춰 움직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자의 현장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서울시는 문서 요약과 회의실 예약, 제안평가위원 선정을 시범 대상으로 정했다. 에이전트가 내놓은 요약과 명단을 확인하고 책임지는 일은 담당자에게 남는다. 시범 에이전트 세 종의 실제 업무 적용 결과는 계약일로부터 5개월 뒤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