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미인도의 여백에 춤을 적는다

김범수·입력 2026. 07. 02. 오후 2:47:00
신윤복 회화에서 걸어 나온 무용극 〈춤, 화찬〉 7월 16·17일 풍류사랑방
회화의 곡선과 여백을 무대 언어로 옮긴 무용극 〈춤, 화찬〉
회화의 곡선과 여백을 무대 언어로 옮긴 무용극 〈춤, 화찬〉 / ⓒ 브레스저널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무용극 〈춤, 화찬(畫讚)〉을 오는 7월 16일과 17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무대에 올린다. 조선 후기 화가 혜원 신윤복의 회화 세계를 모티브로, 〈미인도〉 한 폭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상상으로 엮은 작품이다. 화공 혜원과 기녀 보배의 사랑이 서사의 축이 된다. 공연 계획은 7월 1일 알려졌다.

제목이 된 '화찬'은 동양화의 빈 곳에 감상과 찬사를 적어 넣던 글을 가리킨다. 그림이 다 말하지 않고 남겨 둔 흰 부분에 뒷사람의 붓이 얹히는 방식이다. 무용단은 그 관습을 무대로 옮겨, 화폭이 비워 둔 곳에 몸의 움직임을 적어 넣기로 했다.

극에 이어지는 신윤복의 풍속화는 〈노상탁발〉 〈청금상련〉 〈무무도〉 〈월하정인〉 〈유곽쟁웅〉 〈쌍검대무〉 〈사시장춘〉이다. 춤사위는 부채입춤, 한량무, 쌍검대무, 수건입춤, 장구춤, 살풀이춤이 나온다. 그림 한 폭이 춤 한 장면으로 그대로 옮겨지지는 않는다.

줄거리는 장터에서 스친 두 사람의 인연을 사랑으로 데려간 뒤, 시대의 질서와 통념에 부딪히며 그 관계를 갈라놓는다. 강대감의 잔치 장면에서 보배는 꽃신을 벗어 두고 방으로 들어가고, 혜원은 남겨진 꽃신을 안은 채 상실과 마주한다. 그 그리움이 〈미인도〉로 건너간다.

연출은 김충한 전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그는 신윤복의 그림이 인물을 정면에서 붙잡지 않고 곁이나 등 뒤에서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지녔다며, 그 상상에서 작품이 출발했다고 밝혔다. 재임 시절 〈고려가무〉 〈상선약수〉 〈춘향단전〉을 내놓은 이력이 있다.

풍류사랑방을 고른 것은 크기와 무관하다. 김 연출은 이 공간이 무용수의 숨소리까지 객석에 닿는 곳이어서, 규모를 키우는 대신 감정과 관계의 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신윤복 회화를 현대적으로 다시 읽은 무대 영상이 곡선미와 빈 공간의 미감을 따라 흐른다.

안무가 강요찬이 전통을 계승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지금의 감각으로 다시 읽는 문화라 말한 인터뷰가 이날 함께 나왔다. 이번 작품은 원화를 그대로 두고 그 여백을 빌리는 방식을 택했다.

공연 시각은 16일 오후 7시 30분, 17일 오후 5시로 안내됐다. 관람료는 전석 3만 원, 예매는 국립국악원 누리집이나 전화(02-580-3300)로 받는다. 같은 달 국립국악원은 관객참여형 어린이 공연 '안녕, 잠!'도 서울과 화성에서 선보인다.

김범수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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