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가 노동자 1750명을 대상으로 한 'AI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하루 전인 6월 7일에는 한국은행이 생성형 AI 도입 초기 3년의 효과를 따진 이슈노트를 내놨다. AI가 사람의 일을 얼마나 줄이는지, 그 과정에서 사람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묻는 두 작업이 같은 주에 겹쳤다.
인권위 조사는 일하는시민연구소가 용역을 맡아 수행한다. 설문은 노동자 1250명과 노사 관계자 500여명으로 나뉜다. 금속·금융 등 12개 업종과 웹툰·운송·배달 등 10개 직종에 대한 심층면접이 함께 진행되고, 공공부문 340곳에는 인권위가 만든 '인공지능 인권영향평가' 도구를 실제로 대본다.
인권영향평가란 어떤 시스템이 사람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도입 전후로 점검하는 절차다. 인권위는 2022년 '인공지능 인권 가이드라인'을 권고했고 2024년 이 평가 기준을 내놨다. 권고와 기준이 문서로만 존재하던 4년을 지나, 이번에 처음 현장에 적용된다. 연구팀은 오는 9월 온라인 '인공지능 노동 관측소'를 열어 도입 사례와 인권침해 제보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은행 분석은 다른 각도에서 같은 현장을 본다. 2025년 5~6월 15~64세 취업자 5512명을 상대로 한 가계조사를 활용한 결과, 생성형 AI를 쓰는 사람의 평균 업무시간은 3.8% 줄었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주당 1시간30분이다.
업무시간이 줄어든 정도와 노동자 개인의 생산성 변화 사이의 상관관계는 0으로 추정됐다. 산업별로 AI를 얼마나 쓰는지와 노동생산성이 얼마나 오르는지 사이에도 뚜렷한 연결이 잡히지 않았다. 절약된 시간을 다시 생산활동에 넣으면 생산성이 1.0%포인트 오를 수 있다는 것이 한은 추정인데, 뒤집으면 지금은 그 재투입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시간은 확실히 줄었는데 그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는 통계에 남지 않았다.
효과가 고르지도 않다. 업무처리량 증가폭은 전문직이 사무직보다 0.7%포인트, AI 사용시간 상위 절반이 하위 절반보다 0.5%포인트, 15~39세가 50~64세보다 0.6%포인트 높았다. 성별·학력·근속연수는 유의한 차이를 만들지 않았다.

2024년 기업활동조사에서 AI 활용률은 기업 단위 9.6%, 노동자 단위 51.8%로 나타났다. 회사는 도입했다고 말하지 않는데 개인은 쓰고 있다는 뜻으로, 두 수치의 간극 자체가 이 기술이 조직에 들어온 경로를 보여준다.
현장의 셈법은 통계와 어긋난다. 가전부품 제조업체 신성델타테크는 3년 전부터 AI를 본격 도입했고, 대표는 설비 도입 뒤 기존 100명이 하던 작업을 60명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창원 공장에서는 예전에 작업자 4명이 한 조로 세탁기 1대에 나사 17개를 조였지만, 지금은 로봇이 조임 강도를 조절하며 조립하고 '비전 AI'라 불리는 영상 판독 장비가 불량을 걸러낸다. 이 회사는 인력 규모는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바깥 사정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대형 은행들은 AI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전제로 자동화 범위를 넓히고 있고, 신입 애널리스트 채용은 최대 3분의 2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는 AI가 결국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올해 1월 1만6000명 감원 계획을 내놨고, 메타는 2028년까지 인력의 20%를 줄이기로 했다.
국내 지표에서도 감소가 확인된다. 2026년 4월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1만5000명 줄어 2013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 감소가 얼마나 AI 때문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생산성은 오르지 않았는데 사람만 빠져나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인권위 조사는 효율보다 노동자가 받는 대우에 초점을 맞춘다. 누가 어떤 알고리즘으로 평가받는지, 근무 중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는지, 배차와 배정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가 조사 항목에 들어간다. 웹툰·배달·운송이 심층면접 대상에 포함된 것도 이 일들이 사람 대신 시스템에게서 일감을 받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결과 발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9월 관측소가 열리면 제보 접수가 시작된다.
주당 1시간30분은 한 사람이 저녁을 한 번 더 챙겨 먹거나, 밀린 서류를 처리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개인에게 남는지 회사의 다음 목표치로 흡수되는지는 기술이 정하지 않는다. 창원 공장에서 나사를 조이던 네 사람의 손이 어디로 옮겨갔는지를 회사 설명 대신 노동자 1750명의 응답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이제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