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지컬 AI가 생산 현장으로 들어오면서 위협받는 것은 일자리 총 개수보다, 청년이 실무를 익히며 위 직무로 옮겨가던 중간 단계라는 진단이 정책 무대에 올랐다. 피지컬 AI는 언어와 이미지에 머물던 인공지능이 로봇의 팔과 다리, 센서를 통해 물리 세계에서 직접 작업하는 형태를 뜻한다. 5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피지컬 AI 시대, 일자리와 보안' 포럼과 22일 오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노사 협의 기구 출범이 이틀 간격으로 이어졌다.
포럼에서 송영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객원교수(전 KT 전무)는 AI가 중간 지대의 노동부터 걷어간다고 진단했다. 노동시장이 저숙련과 고숙련 양극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를 밟아 상위 직무로 이동하던 '일자리 성장 사다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채용 시장에서 경력직 선호가 뚜렷해진 흐름도 같은 현상의 다른 표현으로 봤다.
수치는 이 진단을 옆에서 받쳐준다.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소장 에릭 브린욜프슨)의 '탄광 속 카나리아' 보고서는 생성형 AI 보급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 22~25세 청년 고용이 약 13% 줄었다고 분석했다. 감소는 AI를 사람을 대신하는 쪽으로 쓴 사업장에 몰렸다.
사람의 능력을 키우는 데 쓴 곳에서는 그런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청년고용률은 2026년 2월 기준 43.3%로, 22개월 내리 낮아졌다.
현장의 로봇은 관념적 미래가 아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5월 19일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23kg짜리 소형 냉장고를 들어 올리는 영상을 내놨고, 사족보행 로봇 '스팟'에 구글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붙여 사람의 말로 지시를 내리는 시연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해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한 최근 설명회에서 현대차·기아 생산 거점에 아틀라스를 2만5000대 넘게 들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배치 일정과 투입 공정은 확정된 형태로 나오지 않았고, 이 구상을 둘러싼 노동계 반발이 번지고 있다.
학습 데이터를 모으는 방식도 달라졌다. 엄성용 중앙대 교수(지식경영학부장)는 인도와 베트남 공장 근로자들이 카메라·센서가 달린 헤어밴드를 쓴 채 일한다고 전했다. 사람의 작업 동작이 피지컬 AI를 가르치는 재료로 수집되는 것이다.
채용 통계는 사다리가 어디서 끊겼는지 짐작하게 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5월 21일 'KRIVET Issue Brief' 319호에서 2024년 상반기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AI 관련 채용공고 20만80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채용은 연구원·엔지니어·디자이너·AI+X 스페셜리스트·시티즌 다섯 역할로 나뉘었다. 엔지니어가 53.0%로 가장 컸으나 모델 개발 23.9%, 데이터 처리·분석 19.4% 등으로 잘게 쪼개져, 단일 직무로는 AI 디자이너가 36.3%로 앞섰다.

AI+X 스페셜리스트는 10.4%, 연구원은 0.3%였다. 직능연은 디자이너 채용에서 학력이나 전공보다 AI를 실제로 써본 경험과 기획 이력을 더 본다고 밝혔다.
대응책도 함께 제시됐다. 송 교수는 마이크로 디그리 이수자에게 채용 가산점을 주고, 엔트리급 고성능 AI 컴퓨팅 바우처를 지원하며, AI 신산업 상생 연대 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용노동부로 흩어진 인재 양성 사업을 묶는 범부처 '국가디지털인재위원회'와, 교육부터 실무 진입·안전망·신산업 발굴까지 이어지는 'K-AI 고용 모델'도 제안 목록에 올랐다. 고용보험 기준을 근로시간에서 개인 총소득으로 바꾸고 정부와 기업이 1대1 매칭 펀드를 조성하자는 안도 나왔다.
다른 나라는 청년의 첫 계단을 제도로 깔아두는 쪽을 택했다. 싱가포르는 졸업 예정 청년이 9개월간 급여를 받으며 산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AIAP를 운영하고, 만 25세에 평생학습 크레딧을 주는 스킬스퓨처도 함께 굴린다. 영국은 기업이 청년 훈련 재원을 대는 도제부담금을 두고, 에스토니아는 유치원 단계부터 코딩과 AI 원리를 가르치며, 일본은 고교 프로그래밍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가 STEM 교육과 사내 리스킬링을 주도한다.
위험은 고용에만 걸려 있지 않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 측은 로봇이 물리 세계를 다루는 순간 해킹의 결과가 데이터 유출을 넘어 물리적 사고와 인명 피해, 기반시설 마비, 군사적 악용으로 번진다고 지적하며 로봇 취약점 공시 의무화와 한국형 피지컬 AI 보안 국제표준 선점을 제안했다.
경사노위가 22일 서울 종로구에서 첫 회의를 연 'AI 전환에 따른 노사상생위원회'는 황덕순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이끌고 노동계 3명, 경영계 3명, 정부 4명, 공익 6명 등 17명으로 꾸려진다. 운영기간은 1년. 다루기로 한 의제는 AI 도입의 영향과 실태, 노사 상생형 활용과 직무변화 대응, 데이터 수집·활용 수용성, 전환 지원체계 구축 네 갈래다. 신입 채용과 중간 숙련 경로를 정면으로 겨냥한 항목은 여기에 들어 있지 않다.
지난 1월 다보스에서 앤스로픽 다리오 아모데이는 화이트칼라 신입 일자리 상당수가 수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구글 데미스 허사비스도 신입과 인턴십에 위험 신호가 있다고 인정했다. 국제통화기금은 세계 일자리의 약 40%가 AI 영향권에 들 수 있다고 봤고, 국제노동기구는 여성과 사무직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으리라 전망했다. 휴머노이드가 사람을 온전히 대신하려면 205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반론도 나와 있어, 시점을 둘러싼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공장에 로봇이 늘어난다고 해서 스무 살의 첫 출근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달라지는 것은 그 출근이 3년 뒤 무엇으로 이어지느냐다. 손이 익고 눈이 트이던 그 3년치 공정을 로봇이 맡는다면, 청년은 일을 얻고도 다음 칸에 발을 걸 곳을 잃는다. 노사상생위원회의 1년짜리 시계는 22일 돌기 시작했고, 그 시계 안에 이 문제가 들어올지는 첫 몇 달의 의제 조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