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고용정보원 182개 직업 전망, '감소' 0개

미디어·입력 2026. 05. 05. 오후 6:17:00
국내외 세 보고서가 겹쳐 그린 AI 고용 지형, 사라지는 건 직업이 아닌 업무 조각
통째로 사라지는 직업보다 업무 조각 단위의 교체가 먼저 일어난다
통째로 사라지는 직업보다 업무 조각 단위의 교체가 먼저 일어난다 / ⓒ 브레스저널

한국고용정보원이 205개 직업 가운데 관리자 23개를 뺀 182개를 놓고 2025~2035년 전망을 정리한 결과, '감소'로 분류된 직업은 하나도 없었다. '현 상태 유지'가 114개로 62.6%를 차지했고 '다소 증가' 47개(25.8%), '증가' 9개(4.9%), '다소 감소' 12개(6.6%)가 뒤를 이었다. AI가 일자리를 통째로 걷어간다는 예측과는 결이 다른 그림이다. '2025~2035 정성적 일자리 전망 사업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연구진인 김동규·김형래·이은수·윤미희는 변화의 핵심을 직무에서 찾았다. AI가 반복 업무를 덜어내고 문제해결·창의성·대인서비스의 비중을 끌어올리는 보완적 기술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직무란 한 직업을 이루는 개별 업무 묶음을 말한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그대로 남고, 간호사가 하던 기록 정리 업무가 바뀐다는 뜻이다.

기업 현장의 응답도 비슷한 쪽을 가리킨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월간 노동리뷰' 4월호에 실은 'AI 확산과 노동시장 전환의 과제'는 지난해 노동연구원과 방송사, 경영자단체가 함께 진행한 조사를 분석했다. 경총 회원사 110곳과 전국 18세 이상 근로자 3227명이 대상이었다. AI를 실제로 써본 기업의 절반가량은 근로자 업무의 70% 이상을 AI로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도입률 자체는 낮지 않다. 응답 기업의 52.7%가 AI 기술을 도입했고, AI 로봇까지 함께 쓰는 곳이 15.5%, 로봇만 쓰는 곳이 2.7%였다. 어떤 기술도 쓰지 않는 사업체는 29.1%로 집계됐다. 생산성 평가는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워, 사용 사업체의 97.4%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미사용 사업체도 93.8%가 그럴 것이라고 봤다.

흥미로운 갈림은 인건비 항목에서 나온다. AI를 쓰지 않는 사업장은 90.6%가 인건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는데, 실제로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82.0%로 내려갔다. 써보기 전의 기대가 써본 뒤의 평가보다 높다는 뜻이다. 작업자 안전·건강에 대해서도 미사용 사업장의 68.9%가 긍정적일 것이라고 봤고 21.9%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인건비 절감 기대는 도입 전이 도입 후보다 높게 나타났다
인건비 절감 기대는 도입 전이 도입 후보다 높게 나타났다 / ⓒ 브레스저널

바깥 시선도 과열 경계로 기울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AI 아마겟돈 서사'가 경제이론에도 증거에도 들어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85년치 노동시장 데이터가 근거였다. 현재 미국에 있는 일자리의 60%는 1940년에 존재하지 않던 직업이며, 1900년대 초 미국인 약 40%를 고용하던 농업은 지금 전체 고용의 1% 수준이다.

이 보고서 안에서도 수치는 두 갈래로 갈린다. BofA는 전 세계 약 8억 4000만 개, 전체의 25%가 생성형 AI 영향권에 있고 고소득 국가는 33%가 노출됐다고 추정했다. 반면 함께 인용한 국제노동기구 자료에서 AI가 생산성을 높이는 '보완' 범주는 13%, 실제 자동화 가능성이 큰 일자리는 2.3%다. 영향받는 일자리와 대체되는 일자리는 서로 다른 범주이고, 이 간극이 공포와 현실의 거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BofA가 제시한 ATM 사례는 반론도 함께 달렸다. 1970~80년대 현금인출기가 퍼진 뒤 은행 창구 직원이 판매·고객서비스로 재배치되며 창구직 고용이 오히려 늘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경제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옥스는 이를 절반짜리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2000년대 초 이후 모바일 뱅킹이 퍼지면서 창구직 고용이 급격히 줄었다는 지적이다.

일하는 사람의 체감은 전망표와 어긋난다. 메트라이프 보고서를 인용한 조사에서 미국 고용주의 80%가 AI를 업무에 도입했고 83%가 업무 처리가 빨라졌다고 답했지만, 직장인 응답자의 59%는 AI를 새 기회보다 고용 불안 요인으로 받아들였다. 전문가의 10년 전망과 근로자의 오늘 감각은 층위가 다르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도 AI가 작업을 대체해도 역할은 남는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준비의 단위도 업무 목록으로 내려온다. 하루를 채우는 열 가지 일 중 어느 셋이 AI에 넘어갈 만한지, 비워진 몫을 무엇으로 채울지가 실질적인 대비다. 고용정보원 보고서가 증가로 분류한 56개 직업의 세부 목록은 이제 막 공개 절차를 밟고 있다. 그 목록이 나오면 각자의 업무 리스트 옆에 놓고 읽어볼 일이다.

미디어 기자 · Breath.Tech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