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사무직 공고 56% 급감, 소멸이냐 재설계냐

미디어·입력 2026. 04. 24. 오후 8:20:00
정부는 통계 재검증, 노동계는 숙련 데이터 보상 요구
채용 수요가 줄어든 직종과 늘어난 직종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채용 수요가 줄어든 직종과 늘어난 직종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 ⓒ 브레스저널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된 34개 직종의 채용공고가 3년 만에 절반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 '고용24'에 올라온 7년치 공고 788만1225건을 분석한 결과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가 바탕이다. 해당 직종 공고는 2022년 10만4441건에서 2025년 4만5675건으로 56.3% 감소했다. 경리사무원, 사무보조원, 회계사무원, 전산 자료 입력원 등이 여기 포함된다.

감소폭만 떼어 보면 충격적이지만, 같은 기간 전체 공고도 148만8715건에서 98만5044건으로 33.8% 줄었다. 경기 침체와 채용 위축이 바닥에 깔려 있다는 뜻이다. 전체에서 34개 직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7.02%에서 4.64%로 낮아진 만큼 상대적 후퇴는 분명하지만, 그 하락분 가운데 어디까지가 AI 탓인지 갈라낸 추정치는 어느 쪽에서도 제시되지 않았다. 노동부 역시 고용24 통계가 노동시장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으며 흐름 정도를 읽는 자료라는 선을 그었다.

해외 진단은 결이 다르다. BCG는 지난 19일 공개된 보고서에서 향후 2~3년 안에 미국 일자리의 50~55%가 AI 영향으로 재편되지만,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일자리는 10~15%로 봤다. 미 노동통계국 JOLTS와 리벨리오 랩스의 약 1500개 역할 분류를 써서 미국 내 약 1억6500만개 일자리를 훑은 결과다. 채용공고와 일자리 수, 한국과 미국, 실측과 전망이 각각 다른 축이어서 두 수치를 나란히 놓고 승부를 가릴 수는 없다.

BCG는 직무를 두 갈래로 나눈다. 콜센터 상담원처럼 수요가 더 커지기 어려운 '대체형'과, 도구가 싸질수록 총수요가 오히려 늘어나는 제번스의 역설이 작동하는 '보강형'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후자로 분류했고, 실제로 2023~2025년 AI 중심 소프트웨어 기업의 엔지니어 인력은 연평균 6.5%씩 늘어 산업 평균 2.0%를 크게 웃돌았다. 대신 실행만 담당하던 신입급 수요가 줄고 시니어 진입 문턱이 높아진다고 봤다.

국내 지표는 이 낙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국가데이터 취업자 통계에서 올해 2월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 업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약 4만2000명 줄었고, 중소기업의 IT 채용공고도 2022년 대비 크게 위축됐다. 앤스로픽 조사에서 일반 사무원 업무의 45%, 데이터 입력원의 67.1%가 AI로 대체 가능하다고 평가된 것과 겹쳐 읽으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서로 다른 곡선이 그려지는 중이라고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재정경제부도 'AI 산업전환'과 관련해 고용 감소와 AI의 실제 영향을 따져보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논쟁의 초점이 바뀌어야 할 지점이 여기다. 국가데이터처 기준 2024년 '쉬었음' 인구는 255만5000명으로 2003년 집계 시작 이래 가장 많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0일 낸 보고서는 구직을 접은 20대 중후반이 20년 사이 2.6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2016년 다보스포럼이 순감 510만개를 전망했을 때는 총량 추정이 관심사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시장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어디로 옮겨갈지를 짜는 설계다.

이행 설계의 첫 시험대는 숙련 데이터다. 자동차·전자·조선·철강·화학·바이오·기계 명장의 경험과 직관을 데이터로 바꿔 AI에 학습시키는 '제조 암묵지 기반 AI 모델 개발 사업'이 산업통상자원부 공고로 지난 17일 나왔다. 한국노총 제조연대는 노동자 보상 기준과 성과 공유 방안이 빠졌다며 성명을 내고 사업 중단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 공동 논의를 요구했다. 조선 빅3인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이 모두 AI·AX 조직을 두고 있고 HD현대가 숙련 엔지니어의 노하우를 옮긴 '명장 에이전트'를 준비하는 만큼, 데이터의 주인을 누구로 볼지는 곧 계약서에 적혀야 할 조항이 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대담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AI가 아니라 AI를 쓰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터프라이즈 AI 플랫폼 라이터의 보고서에서 경영진의 60%가 AI 도입을 거부하는 직원의 감원을 고려한다고 답한 것, AI를 적극 쓰는 직원의 승진·연봉 인상 확률이 3배 높았던 것은 그 발언의 실물 버전이다. 개인이 도구를 익히는 것으로 감당할 수 있는 몫과, 재훈련·소득 보전처럼 제도가 져야 할 몫은 다르다. 후자의 윤곽은 정부 검증 결과와 함께 나올 텐데, 그때 나올 문서에 사람 이름이 몇 명분 적혀 있는지가 이 논쟁의 실질적인 결말이 될 것이다.

미디어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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