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AI는 일자리를 없애기보다 입구를 좁힌다

미디어·입력 2026. 04. 20. 오전 7:18:00
소멸 10%대 전망 속에서 신입 채용부터 줄어드는 이유
직무 총량보다 신규 진입 통로가 먼저 좁아지고 있다
직무 총량보다 신규 진입 통로가 먼저 좁아지고 있다 / ⓒ 브레스저널

AI가 일자리를 통째로 지우고 있다는 공포와 실제 통계 사이에는 큰 틈이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4월 3일 내놓은 보고서는 2~3년 안에 미국 일자리의 50~55%가 AI 영향으로 변형·재편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비율은 10~15%에 그칠 것으로 봤다. 사라지는 쪽은 소수이고 바뀌는 쪽이 다수라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시기 국내외 채용 지표를 보면, 이 완만한 전망과 어울리지 않는 급격한 축소가 한 곳에 몰려 있다. 노동시장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 신입 채용이다.

BCG는 직업을 통째로 판정하지 않고 업무 단위 자동화 가능성, 대체 여부, 수요 확장성이라는 세 변수로 쪼개 분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콜센터 상담원은 소멸 쪽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업무 내용이 바뀌는 쪽으로 분류됐다. 개발 비용이 떨어지면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늘어나기 때문에 엔지니어 일감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AI 중심 소프트웨어 기업의 엔지니어 수는 2023년 이후 연평균 6.5%씩 늘었다.

총량이 늘어나는데도 사람들의 체감은 반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사무·관리직 500명에게 물은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58%가 10년 안에 AI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답했다. 불안의 농도는 직급과 나이에 따라 갈렸다.

상당 수준 이상의 고용 불안을 호소한 비율은 대리급 이하에서 36.4%, 부장급 이상에서 25.5%였고, 20대는 35.2%, 50대는 27.3%였다. 조직에서 오래 버틴 쪽보다 갓 들어온 쪽이 더 떨고 있다.

이 감각에는 근거가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통계에서 개발자 연차별 분포를 보면, 2022년과 2024년 사이 비중이 줄어든 연차는 단 하나뿐이었다. 경력 3년 미만 주니어로, 26.9%에서 20.7%로 내려앉았다. 다른 연차는 유지되거나 늘었는데 입문 구간만 파였다는 뜻이다.

채용 규모 자체도 줄었다. 국내 한 IT 대기업의 전 계열사 신규 채용은 2022년 600명에서 2024년 259명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거시 지표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국가통계포털 마이크로데이터를 뜯어보면 올해 2월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과 정보통신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약 14만7000명 줄었다. 두 업종이 동시에 감소한 것은 5년 만이고, 감소 폭은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크다.

연차별 개발자 분포에서 3년 미만 구간만 줄었다
연차별 개발자 분포에서 3년 미만 구간만 줄었다 / ⓒ 브레스저널

누가 줄었는지가 핵심이다. 감소분의 약 89%인 13만1000명이 20대(9만7000명)와 30대(3만4000명)에서 나왔다. 경력자를 내보낸 흔적보다 신규 채용을 멈춘 결과에 가까운 분포다. 이 감소에서 AI 도입분과 업황 부진분을 갈라낼 근거는 확정되지 않았다.

해외 기업의 인식 변화도 뚜렷하다. 액센츄어가 2~3월 영국·북아일랜드에서 근로자 2085명과 경영진 510명을 조사한 결과, 경제 전체의 순고용이 줄 것으로 본 경영진은 약 50%였다. 2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3분의 1 수준이었다.

AI가 신입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응답은 40%에서 15%로 주저앉았고,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20%대에서 40% 가까이로 뛰었다. 같은 기간 영국 근로자의 약 20%가 생성형 AI를 매일 쓰게 됐는데, 2년 전의 3배다.

그렇다고 총량 붕괴가 예정된 것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올해 세계 실업률이 4.9% 선을 지킬 것으로 봤다. 대신 청년 쪽에 부담이 쏠린다.

지난해 세계 청년 실업률은 12.4%, 교육·취업·훈련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비율은 20% 수준이었다. ILO는 기업들이 AI 도입 효과를 계산해내지 못한 상태에서 신규 채용에 몸을 사리고, 그 부담이 진입 단계 청년에게 집중된다고 봤다.

기업 입장에서 신입 채용은 성과가 늦게 나오는 투자다. AI가 초급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는 상황에서 그 투자를 미루는 선택은 단기적으로 합리적으로 보인다. 액센츄어는 17개 산업을 분석해 AI가 절감 가능한 인건비의 2배 넘는 매출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고, 에너지·생명과학·유통을 수혜 분야로 꼽았다. BCG 역시 AI를 비용 절감 도구로만 쓰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인재가 빠져나간다며, 재교육과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를 함께 가야 한다고 권했다.

2022년 말 생성형 AI가 대중화된 지 3년여, 노동시장에 남은 흔적은 대량 해고보다 좁아진 입구 쪽이다. 초급 업무를 기계가 처리하면 다음 세대는 어디서 숙련을 쌓을지, 5년 뒤 중견 인력은 어디서 나올지에 대한 답을 기업도 정부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오는 하반기 공채 시즌에 신입 채용 규모가 어떻게 잡히는지가 이 흐름의 지속 여부를 가늠할 첫 지표가 된다. 첫 직장을 구하는 사람에게 AI는 도구라기보다 넘어야 할 문턱의 높이로 체감된다.

미디어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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