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완전 월급제'를 넣었다. 지난 15일부터 이틀 동안 울산 북구의 현대차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확정한 내용이다. AI 도입 과정의 고용·노동조건 보장도 같은 요구안에 담겼다. 임금 인상 요구와 나란히 놓였지만 성격은 다르다.
완전 월급제란 연장·야간·특근에 따라 매달 달라지는 수당을 없애고 고정된 월급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대차 생산직은 연봉의 30~40%가 이런 변동급으로 채워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밤에 일하고 주말에 나오는 시간이 곧 소득이었다는 뜻이다. 로봇이 그 시간대를 맡으면 사람은 공장에 남아 있어도 통장에 찍히는 액수가 줄어든다.
요구안의 나머지도 간단하지 않다. 호봉승급분을 뺀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2025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상여금은 750%에서 800%로. 고정급을 두툼하게 만들려는 항목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배경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있다. 현대차가 공개한 이 로봇을 두고 노조는 노사 합의 없는 국내 라인 투입은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회사가 밝힌 계획은 2029년 미국 조지아 공장 투입이다. 노조는 해외부터 자동화되더라도 국내 공장의 생산 물량은 지켜 조합원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반론도 분명하다.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17일 통화에서 로봇을 들인 뒤에도 기존 임금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요구에는 이기주의적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양쪽 모두 실증 수치를 앞세우기보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해석을 겨루는 국면이다.

같은 논쟁은 국회에서도 열렸다. 13일 고용노동부와 더불어민주당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등이 함께 연 'AI 전환과 노동의 미래' 토론회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주영 의원, 한국노총·한국노동연구원·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은행 관계자가 모였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우상범 박사는 아틀라스를 둘러싼 반발을 거론하며 보상과 대책 논의를 건너뛴 일방적 추진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수민 부연구위원은 저숙련·초급 인력이 밀려나고 고숙련 인력 수요만 커지는 양극화를 우려했다.
국제기구의 추정치는 규모를 가늠하는 데는 쓰이지만 정의가 제각각이다. IMF는 2024년 보고서에서 AI가 세계 일자리의 40% 가량에 영향을 준다고 봤고,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2030년까지 3억 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자동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4%가 완전히 소멸하고 30% 이상은 부분적으로 대체된다는 연구도 인용된다. 영향과 소멸과 전환이 뒤섞여 있어 하나의 잣대로 포개기는 어렵다.
제도 쪽 대응은 걸음이 느리다. 오픈AI는 '지능 시대의 산업 정책' 보고서에서 로봇세와 주 4일제를 제안했고, EU는 로봇세 대신 빅테크를 겨냥한 디지털세를 택했다.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으로 짜인 한국의 4대 보험은 임금과 고용을 과세 기준으로 삼는다. 사람이 받는 임금이 줄면 보험료 수입도 함께 줄어드는 설계다.
협상 상견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고, 회사가 요구안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도 나오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이번 교섭이 임금 인상률 몇 퍼센트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밤 근무와 주말 출근을 기계에 넘긴 노동자의 월급을 무엇으로 채울지, 그 계산법을 처음부터 다시 쓰는 작업이 울산에서 시작됐다. 다음 세대의 급여명세서가 어떤 모양일지는 여기서 갈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