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연령대 취업자는 늘었는데 청년층만 줄었다. 같은 시기 직업계고 졸업생 취업률은 55.2%로 내려앉아 최근 5년 중 가장 낮았고, 대학 진학률은 49.2%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2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는 AI·로봇 확산에 따른 일자리 변화를 이유로 들며 내년 청년층 대상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곳에서 나온 지표들이 같은 곳을 가리킨다.
직업계고는 고교를 마치고 곧장 노동시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그 통로에서 취업 대신 진학을 택하는 학생 비율은 2021년 45%를 넘긴 뒤 해마다 올랐다. 유형별로 보면 마이스터고 73.1%, 특성화고 52.4%, 일반고 직업반 38.2%로 격차가 크다. 학교 이름이 붙은 등급이 그대로 첫 일자리 확률로 이어지는 셈이 됐다.
취업률 하락을 AI 한 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자동화 설비 도입과 함께 고졸 채용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두 요인은 서로를 밀어준다. 반복 업무가 기계로 옮겨가는 동시에 신입을 뽑을 유인까지 약해지면, 기업이 굳이 사람을 처음부터 가르칠 이유가 사라진다.
교육 당국의 대응은 시작됐다. 충북도교육청은 이달부터 교사·전문가 약 40명으로 짜인 '스마트 취업지원단'을 가동해 직업계고 학생의 취업 준비를 돕는다. 전남도교육청은 AI·에너지·배터리 등 지역 전략 산업에 맞춰 교육과정을 개편할 방침이다.
이달 1일 서울 중구 성동공고에서는 서울시교육청과 주한 독일상공회의소가 처음으로 함께 아우스빌둥 채용설명회를 열었고, 학생 약 80명이 3시간을 앉아 있었다. 아우스빌둥은 학교 수업과 기업 현장 훈련을 나란히 진행하는 독일식 직업교육 제도다.
산업 현장의 신호는 더 복잡하다. 화섬식품노조 넥슨지회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IT연대 소속 게임사 8곳에서 진행한 설문에는 1078명이 답했고, 개발 직군이 65.9%였다. AI 도입을 놓고 회사나 노조 차원의 공식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응답은 26.7%에 그쳤다.
반면 AI가 만든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기준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2.3%였다. 정책과 산업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안다는 응답은 10~16%대에 머물렀다.

같은 업계의 인력 조정은 규모가 작지 않다. 크래프톤은 올해 1월 기준 약 271명의 인력 이탈이 있었고, 최대 36개월치 급여를 주는 자발적 퇴사 프로그램에 약 400억원의 비용이 잡혔다. 넥슨 자회사 네오플에서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흥행 부진 뒤 약 100명 규모 개발 조직이 재배치됐다.
두 사례 모두 코로나19 이후 고성장기의 대규모 채용과 수익성 둔화가 배경으로 함께 거론된다. AI가 직접 원인이라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정부 내에서도 진단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10일 서울고용노동청 인터뷰에서 AI 확산을 단순한 일자리 감소로 보기 어렵고 직무 재편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전환의 충격이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청년, 중소기업에서 가장 이르게 드러날 수 있다고 짚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기본소득 추진 배경으로 AI·로봇 혁신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K자형 회복을 든 것과는 결이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AI 도입에 따른 직무전환·고용안정 지원과 플랫폼·프리랜서 보호 입법을 함께 밀고 있고, 대기업 인프라를 활용한 프로젝트형 직무훈련도 검토 중이다. 하반기에는 AI 관련 노동 입법을 집중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가 AI 전환기의 산업 경쟁력과 노동 안정을 주제로 연 간담회에서도 같은 주제가 다뤄졌다.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수석부회장이 좌장을 맡았다.
기술 도입이 사람을 얼마나 줄이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세지 못한다. 그러나 회사가 신입에게 시키던 첫 업무-자료 정리, 초안 작성, 단순 코딩-가 자동화될수록 배우면서 크는 구간이 사라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 구간이 없으면 경력직은 어디서 만들어지나.
정부의 고용안정 기본계획은 오는 6월 나온다. 청년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대상 연령과 지급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성동공고 강당에 앉아 있던 학생들이 궁금해한 건 제도의 이름이 아닐 것이다.
자기가 들어갈 문이 어디에 있느냐다. 6월 계획서에 그 문의 위치가 적혀 있는지가 이 정책의 실제 성적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