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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이제 '얼마나'보다 '어디에'

김범수·입력 2026. 05. 31. 오전 11:56:00
이격거리 명문화와 AI 입지 분석이 만나는 지점
발전설비와 마을 사이의 거리가 시행령 조문으로 들어온다
발전설비와 마을 사이의 거리가 시행령 조문으로 들어온다 / ⓒ 브레스저널

주거지역에서 200m, 도로에서 100m.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 이격거리의 상한선이 처음으로 시행령 조문에 적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달 29일 입법예고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의견 수렴은 7월 8일까지 이어진다.

그동안 이격거리는 지자체마다 제각각이었다. 어떤 곳은 100m, 어떤 곳은 그보다 훨씬 멀었고, 그 차이가 사업 가능 여부를 갈랐다. 상한을 법령에 명시한다는 것은 지역 사정에 따른 재량을 인정하되 그 재량의 바깥 테두리를 국가가 그어준다는 뜻에 가깝다.

풍력에는 다른 잣대가 적용됐다. 주택·도로로부터 최대 1000m 이내로 제한하면서, 동시에 최소 거리는 발전설비 높이의 2배 이상이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위아래 양쪽을 함께 정한 방식이다. 관광지와 관광단지, 자연취락지구는 지자체장이 이격거리 적용 여부를 스스로 정할 수 있게 열어뒀다.

이번 개정은 지난 3월 바뀐 모법의 후속 절차다. 법 이름에서 '신에너지'가 빠지면서 시행령·시행규칙 명칭도 따라 바뀌고, 조문 곳곳의 '신·재생에너지'라는 표현이 전부 '재생에너지'로 정리된다. 수소에너지와 연료전지, 석탄 액화·가스화 관련 조항은 삭제되거나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체계로 옮겨간다. RPS 공급의무자 지정 요건과 의무공급량 산정에서 수소에너지 설비와 연료전지 발전량을 따로 구분해 반영하도록 한 것도 같은 정리 작업의 일부다.

정부가 내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가운데 태양광이 맡은 몫은 87GW로 파악된다. 이 규모를 채우려면 부지를 넓게 확보하는 일보다 어떤 부지를 골라내느냐가 관건이 된다. 마을과의 거리, 도로와의 거리, 그리고 그 땅이 품고 있는 생태적 가치가 한 화면 위에서 함께 계산돼야 한다는 뜻이다.

거리 기준과 생태 정보가 한 지도 위에서 겹쳐야 입지가 정해진다
거리 기준과 생태 정보가 한 지도 위에서 겹쳐야 입지가 정해진다 / ⓒ 브레스저널

기술 쪽 움직임도 같은 곳을 향한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지난달 28일 'AI가 이끄는 기후 환경 정책 혁신'이라는 주제로 환경포럼을 열었다. 장소는 서울 중구의 한국프레스센터. 포럼에서 소개된 기후정책 통합 지식그래프는 환경 분야 법령과 정책, 사업, 연구자료, 환경지표를 하나의 온톨로지로 엮어내는 작업으로, 현재 구축이 진행 중이다.

같은 발표에서 AI의 한계도 솔직하게 드러났다. 대기질 예측의 경우 1시간 뒤는 관측값과 거의 겹쳤지만 3일 뒤로 가면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짧은 구간에서는 사람보다 정확하고 긴 구간에서는 예측이 흔들린다는 뜻이다. 입지 판별처럼 쌓인 공간 데이터를 다루는 영역에서 쓸모가 큰 이유이기도 하다.

현장에서도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에이치에너지는 AI 에이전트 '헬리오스 마스터리'로 태양광 발전소 설계 도면 작성과 인허가 서류 생성을 자동화한다. 발전량과 부품 노후도, 유지보수 이력을 묶어 발전소 상태를 평가하는 '솔라온케어 지수'도 함께 쓴다. 설계 단계의 반복 작업이 줄면 남는 시간은 입지를 더 꼼꼼히 보는 데 돌릴 수 있다.

인천 남동구에 놓인 '모햇발전소 2089호'에서는 안전관리자가 발전 데이터와 인버터, 구조물 상태를 살핀다. 이런 점검은 화면 속 알고리즘이 대신할 수 없는 몫으로 남는다. 확대와 보전을 함께 푸는 설계란 결국 원격 분석과 현장 손길이 서로를 보완하는 상태를 말한다.

입법예고안의 수치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200m와 100m, 1000m라는 선은 7월 8일까지 들어오는 의견을 거쳐 조정될 여지가 있다. 태양광 부지 근처에 사는 주민이든, 지붕에 패널을 올려볼까 고민하는 건물주든, 이 기간에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의견을 낼 수 있다. 어디에 어떻게 지을지를 정하는 선은 그렇게 그어진다.

김범수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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