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522명의 5.22km, 습지 한 곳에서 시작된다

플래닛·입력 2026. 05. 23. 오후 12:09:00
생물다양성의 날, DMZ에서 광주 장록습지까지 전국 현장이 함께 움직였다
광주 황룡강 하류의 장록습지에는 829종의 생물이 산다
광주 황룡강 하류의 장록습지에는 829종의 생물이 산다 / ⓒ 브레스저널

522명이 5.22km를 걸었다. 5월 22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열린 발대식 이야기다. 같은 날 광주 황룡강 하류의 장록습지에서는 쓰레기를 줍는 손들이 움직였고, 만경강 신천습지에서는 생태를 살피는 탐사가 시작됐다. 국제 생물다양성의 날은 선언문 낭독 대신 곳곳에 흩어진 현장의 하루로 치러졌다.

5월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이다. 올해 국내 기념행사는 DMZ에서 열린 것으로 파악된다. 남북을 가르는 경계가 70년 넘게 사람의 발길을 막은 사이 그곳이 한반도에서 손꼽히는 생물의 피난처가 됐다는 사실은 여러 번 확인돼 왔다.

기념일의 무대가 접경지대만은 아니었다. 산림청은 22일부터 31일까지 '숲을 살리는 발걸음'을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한다. 국립세종수목원 발대식을 신호로 순천만국가정원을 포함한 전국 34개 수목원·정원에서 같은 걷기가 동시에 열렸다. 박은식 산림청장도 세종 행사장에 나왔다.

5월 22일이라는 날짜를 그대로 거리로 옮겨 5.22km를 걷고, 참가 인원도 522명으로 맞췄다. 온라인 참여자는 어디에 있든 5.22km, 약 8000걸음을 채우고 QR코드로 걸음을 기부하면 된다. 추첨을 통한 경품도 걸려 있다.

손순철 산림청 산림생태복원과장은 시민이 걷는 행위 자체가 산림 생태 보전에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걸음이 실제 보전 사업으로 옮겨가는 절차와 규모는 별도로 밝혀야 할 몫으로 남아 있다. 참여가 쉬운 캠페인일수록 그 뒷단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신뢰를 만든다.

더 오래 걸린 성과도 있다. 장록습지는 도시와 맞닿은 하천형 습지로, 2020년 국가습지보호지역이 됐다. 조류와 어류, 양서류, 곤충류를 포함해 829종이 이곳에 깃들어 산다. 도심 인접 습지가 이만한 생물 목록을 유지한다는 점은 흔한 일이 아니다.

광주에서는 장록습지를 람사르습지로 올리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임은채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 부장은 습지의 가치를 알리는 기고를 통해 이 논의에 힘을 보탰다. 국제 등재는 행정 절차와 지역 합의가 함께 가야 하는 일이라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 습지를 지키는 일은 정화활동처럼 손에 잡히는 실천으로 채워진다.

'숲을 살리는 발걸음'은 31일까지 열려 있다. 집 앞 하천길이든 동네 공원이든 8000걸음이면 5.22km에 닿는다. 오늘 그 걸음을 걷고, 다음에는 가까운 습지에서 봉투 하나를 들어보는 순서로 이어가면 된다. 생물다양성은 그렇게 지켜낸 습지 한 곳씩 늘어난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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