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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방치는 국제법 위반, 유엔총회가 못을 박았다

플래닛·입력 2026. 05. 21. 오전 8:07:00
141표로 채택된 ICJ 권고 후속 결의, 한국은 공동제안국으로 찬성
기후 의무를 국제법의 언어로 옮긴 표결이 끝났다
기후 의무를 국제법의 언어로 옮긴 표결이 끝났다 / ⓒ 브레스저널

찬성 141, 반대 8, 기권 28. 현지시간 2026년 5월 20일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기후변화 권고적 의견을 지지하고 이행을 촉구하는 후속 결의안이 이 표차로 가결됐다. 결의안은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어긴 국가가 피해국에 '완전한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을 문서에 명시했다. 한국은 공동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리고 찬성표를 던졌다.

출발점은 2025년 7월 ICJ가 내놓은 권고적 의견이다.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로부터 지구를 보호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 골자였고, 재판관들의 이견 없이 채택됐다. 이번 결의는 그 의견을 '현행 국제법을 명확히 한 권위 있는 기여'로 평가하며 각국에 기후 보호 의무의 준수를 요구했다.

권고적 의견도, 이번 결의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국제법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최고 사법기관이 정리하고, 회원국 다수가 총회 표결로 그 해석을 승인한 문서는 성격이 다르다. 각국 법정에서 기후 책임을 다투는 쪽이 인용할 수 있는 근거가 하나 늘었다는 뜻이다.

결의안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기온 상승을 묶는 목표에 실제로 기여하는 국가결정기여(NDC)를 세우고 이행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회원국이 자국 국경 안에서 배출을 줄이는 일을 포함해 기후·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가능한 조치를 다하고, 파리협정에서 한 약속을 지킬 것도 함께 담겼다. 화석연료 탐사·생산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없애자는 문구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초기안에 있던 기후 피해 기록·배상 근거용 국제 등록부 설치 조항은 최종안에서 빠졌고, 화석연료의 수치화된 단계적 퇴출 표현은 전환을 촉구하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결의안은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가 주도했으며, 미국이 철회를 압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은 유엔 사무총장 보고 요구 등을 들어 정치적 요구가 지나치다며 반대했다.

반대 8표를 던진 쪽에는 미국,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벨라루스, 라이베리아 같은 나라가 거명됐다. 산유국이거나 배출량이 큰 국가가 대체로 이 대열에 섰다. 이들을 악당으로 세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반대와 기권을 합쳐도 채택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이들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빠르고 공정하게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화된 문구에도 전환의 목적지 자체는 흔들리지 않았다는 신호다.

공동제안국으로 찬성한 한국에는 곧바로 국내 과제가 따라온다. 시민사회단체 플랜1.5는 논평에서 이번 결의로 ICJ 권고적 의견의 법적 권위가 강해졌다고 평가하며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요구했다. 정부가 어떤 개정 일정을 잡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기후 대응이 선의의 약속에서 지켜야 할 의무로 옮겨가는 과정은 이런 문서들이 한 장씩 쌓이며 진행된다. 그 문서가 실제 감축으로 바뀌는 곳은 국회와 부처의 심의 일정표다. 다음 국내 감축목표 논의가 열릴 때 우리 지역구 의원실에 1.5℃ 경로에 맞는 목표를 요구하는 짧은 의견 하나를 남겨두는 것, 그 정도가 141표에 한 표를 보탠 나라의 시민이 지금 붙일 수 있는 힘이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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