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2030 IT·전문직 13만명 감소, AI가 지운 첫 계단

미디어·입력 2026. 03. 30. 오후 6:43:00
20·30대가 전체 감소분의 89%, 50대는 오히려 늘었다
사라진 것은 사다리 전체가 아니라 첫 계단이었다
사라진 것은 사다리 전체가 아니라 첫 계단이었다 / ⓒ 브레스저널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취업자가 2026년 2월 기준 전년 같은 달보다 약 14만7000명 줄었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 마이크로데이터를 뜯어보면 이 감소분의 대부분이 특정 연령대에 몰려 있다. 20대가 9만7000명, 30대가 3만4000명. 합쳐 13만1000명으로, 두 업종 전체 감소분의 약 89%다.

업종별로는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이 10만5000명, 정보통신업이 4만2000명 줄었다. 전자에는 연구개발업과 건축·엔지니어링, 법률·회계 서비스가, 후자에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정보서비스업이 들어간다. 2월 기준으로 두 업종이 동시에 뒷걸음질한 것은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2021년 이후 5년 만이며, 감소폭은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크다.

경기가 나빠지면 고용은 전 연령에서 함께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같은 기간 40대는 3만2000명 감소했지만 50대는 1만2000명, 60대 이상은 2000명 늘었다. 두 산업 종사자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사이 51.7%에서 49.5%로 내려앉았다.

연령을 더 잘게 쪼개면 윤곽이 선명해진다. 20대 후반(25~29세)에서만 8만1000명이 빠졌고, 20대 초반은 1만6000명 감소에 그쳤다. 30대 초반은 전문서비스업에서 약 5만명 줄었으나 정보통신업에서는 1만4000명 늘었고, 30대 후반은 전문서비스업 1만5000명 증가·정보통신업 1만3000명 감소로 두 업종이 반대로 움직였다. 대졸 후 첫 직장에 해당하는 20대 후반 구간이 유독 깊게 파였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챗GPT 출시 이후인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3년간 15~29세 고용은 정보서비스업에서 23.8%, 출판업에서 20.4%,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에서 11.2%, 전문 서비스업에서 8.8% 줄었다. 감소율이 높은 업종은 대체로 생성형 AI가 잘하는 일을 사람이 하던 곳이다.

왜 신입부터인지에 대한 설명은 업무의 성격에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오삼일 팀장은 주니어가 맡는 일이 학교에서 배운 정형화된 작업이라 코딩으로 대체되기 쉬운 반면, 시니어의 대인관계와 조직 관리, 업무 조정은 대체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건 정리, 문서 초안 작성, 판례·자료 정리처럼 '배우면서 하는 일'을 AI가 가장 빠르게 흡수했다는 것이다. 한 법무법인은 AI 도입으로 처리 기간이 짧아진 뒤 해마다 이어오던 신규 채용을 올해 들어 접었다고 소속 변호사는 전했다.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다. 이 통계는 채용이 줄어 못 들어온 사람과 다니던 곳을 떠난 사람을 구분해주지 않는다. 경기 요인과 AI 요인을 갈라 계산한 정부·연구기관의 정량 분석도 확정된 것이 없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1~11월 발표 감원 117만건 가운데 AI를 사유로 명시한 것은 5만4694건, 약 5%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이 AI를 감원의 이유로 굳이 적지 않는다는 사정을 감안해도, 인과를 단정하기엔 근거가 얇다.

그럼에도 연령별 분포가 남기는 함의는 분명하다. 숙련은 첫 3년의 반복 업무에서 쌓이는데, 그 3년이 통째로 줄어들면 5년 뒤 중간 관리자가 될 인력의 저수지도 함께 마른다. 시니어를 대체하지 못하는 AI가 시니어를 길러내는 경로를 끊는 셈. 두 개 이상의 일을 찾는 청년이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아졌다는 신호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당장 취업을 앞둔 사람에게 필요한 훈련은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수하고 조율하는 역할로 빨리 옮겨가는 쪽이다. AI를 피하는 기술을 익힐 일이 아니다. 기업에는 신입 채용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신 5년 뒤 인력 재고로 계산하는 회계가 필요하다.

3월 고용 통계가 나오면 2월 수치가 한 달짜리 변동이었는지 추세였는지가 갈린다. 서울대 김대일 교수 등이 참여하는 일자리 포럼이 4월 8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다.

미디어 기자 · Breath.Tech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