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7일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전국에서 시행된다. 병원이나 시설로 옮기지 않고 살던 집에 머물면서 의료와 요양, 일상 돌봄을 함께 받도록 하는 제도다. 근거가 되는 법은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줄여서 돌봄통합지원법이다. 같은 주에는 가족을 돌보는 아동·청년을 지원하는 법도 함께 시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용 절차는 한 번의 신청으로 시작된다.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국민건강보험공단 어느 쪽이든 한 곳에 신청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그 사람에게 맞는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우고 서비스를 연결한다. 판정은 의료·간호·기능 등 5개 영역 58개 항목을 살피는 통합판정조사로 이뤄지고, 계획이 확정된 뒤에는 3개월 주기로 점검이 이어진다. 병원에서 퇴원하거나 시설에서 나온 뒤 동네로 돌아오는 과정을 연결하는 것도 이 흐름에 들어간다.
첫해 대상은 일상생활을 혼자 꾸리기 어려운 노인, 나이 든 장애인, 의료 필요도가 높은 중증 장애인이다. 65세 이상 재가급여 이용자, 장기요양 등급을 받지 못한 사람, 퇴원 환자가 여기 해당한다. 보건복지부 로드맵은 2026~2027년을 도입기, 2028~2029년을 안정기, 2030년부터를 고도화기로 나눴다. 2028년에는 정신질환자 등으로 문이 넓어지고, 2030년에는 돌봄이 필요한 국민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비스 종류도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 돌봄 네 갈래로 짜였고 올해는 방문진료·치매관리·가사지원 등 30종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3월 5일 로드맵을 통해 2030년까지 이를 60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방문재활, 방문영양, 병원동행이 그 안에 들어갈 예정이다.
왜 이 제도가 필요한지는 지역의 인구 자료가 설명한다. 대구는 2024년 4월 65세 이상 인구 비율 20.9%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2025년 22.1%를 거쳐 올해 2월 22.4%가 됐다. 235만1461명 가운데 52만5605명이 65세 이상이다. 혼자 사는 고령자도 2015년 5만7723가구에서 2024년 11만7487가구로 두 배를 넘겼고, 2052년에는 대구 인구의 42.5%가 고령층일 것으로 추산된다.
당사자들이 원하는 노후의 모습은 분명하다. 대구시 제6기 지역사회보장조사에서 노인 가구 2964곳에 건강이 나빠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71.6%가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지금 사는 곳에 머물겠다고 답했다. 요양시설에 들어가겠다는 응답은 18.6%였다.
대구시는 통합돌봄 모델에 '단디돌봄'이라는 이름을 붙여 27일 시작한다. 소득과 재산을 따지지 않고 신청할 수 있고, 방문조사와 판정을 거쳐 한 달쯤 뒤 서비스가 연결되는 방식이다.
돈 이야기로 오면 평가가 갈린다. 올해 통합돌봄 사업 예산은 914억 원이고, 이 가운데 620억 원가량이 지자체 특화서비스를 늘리는 데 배정됐다. 이 돈의 성격을 두고 복지부는 특화서비스 확충을 돕는 예산일 뿐 통합돌봄 전체 재원이 아니며 건강보험과 장기요양 등 다른 재원이 함께 들어간다고 3월 19일 설명했다.
반면 인건비와 시스템 구축비를 뺀 실제 가용액이 그만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재원 마련 토론회에서는 재정이 일반회계, 균형발전특별회계, 건강증진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으로 흩어져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제도를 실제로 굴리는 사람들의 조건도 시행 전 쟁점이 됐다. 인천에서는 24일 오전 시청 앞에서 제대로 된 통합돌봄 시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민주노총 인천본부 주최로 열렸다. 인천사회서비스원이 통합돌봄 전문기관으로 지정됐지만, 산하 미추홀종합재가센터의 요양보호사 고용이 시급제 계약직이어서 정원 15명도 채우지 못한다는 노조 측 주장이 제기됐다. 지원 대상을 65세 이상과 중증 장애인으로 묶어둔 시행령을 손봐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나왔다.
기반 자체는 갖춰졌다. 전국 229개 시군구가 조례를 만들고 전담 조직을 꾸리는 준비를 마쳤다. 그 229개 지자체가 620억 원을 나눠 쓰는 만큼 지역마다 서비스 폭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따라붙는다. 전국 기준 30종과 대구시가 준비했다는 90여 개는 집계 방식이 서로 달라 그대로 비교하기 어렵다.
27일이 지나면 각 지자체 창구에서 신청서가 쌓이기 시작한다. 부모가 병원에서 퇴원한 뒤 갈 곳을 고민하던 가족, 등급 판정에서 밀려나 아무 서비스도 받지 못하던 노인이 처음으로 한 번의 신청으로 답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 답이 사는 동네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올여름 첫 연계 실적이 나오면서 드러날 것이다. 지금 확실한 것은 계단 몇 개를 오르내리기 어려워진 사람에게 짐을 싸라고 권하는 대신, 그 집으로 사람이 찾아가는 쪽을 국가가 처음으로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