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로 숨진 청소년 열 명 가운데 여덟 명가량은 그 전에 자해나 자살을 시도한 적이 없었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3월 13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연 제1차 청소년정책포럼에서 나온 내용이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로 사망한 청소년의 70~80%가 첫 번째 시도에서 사망한다고 밝혔다. 생전에 자해·자살 시도 과거력이 확인되는 경우는 20%가 되지 않았다.
이 수치가 무섭게 읽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국내 청소년 자살 대책은 오랫동안 '위험군을 골라내 관리한다'는 틀 위에 서 있었다. 시도 이력, 상담 기록, 학교 부적응 같은 표시를 근거로 대상을 좁히고 자원을 붙이는 방식이다. 그 표시를 남기지 않은 아이가 다수라면, 촘촘히 짠 그물의 눈이 애초에 잘못된 곳에 걸려 있었다는 뜻이 된다.
포럼에서 제시된 대비는 더 분명하다.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들은 가정불화, 경제적 어려움, 학교 출결 문제 같은 통상적인 위험요인을 사전에 드러냈다. 반면 자살로 사망한 청소년들에게는 그런 요인이 오히려 더 적었다. 회피적이거나 순응적인 성향이었고, 겉으로 보이는 문제 행동이 드물었다는 서술이 이어진다.
어른들의 눈에 무엇이 보였는지도 함께 나왔다. 자살로 숨진 청소년이 생전에 보낸 경고신호를 알아챈 비율은 교사가 40%에 미치지 못했고, 부모는 26%에도 닿지 못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두 어른이 놓친 셈인데, 이는 어른들의 무관심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신호 자체가 애초에 희미했거나, 우리가 신호라고 배워온 목록에 그 아이의 표현이 들어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성별로 갈라 보면 변화의 결이 또 달라진다. 여성 청소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014년 3.4명에서 2024년 8.7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같은 기간 남성 청소년은 5.5명에서 7.4명으로 올랐다.

권세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정책연구본부장은 여성 청소년 자살률이 2014년의 약 2.6배로 커졌다고 밝혔다. 10~14세 구간의 상승 폭도 3배를 넘어, 연령대가 낮아지는 경향이 함께 관측된다.
10대 전체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017년 4.7명에서 이듬해 5.8명으로 뛴 뒤 2024년 8.0명에 이르렀다. 홍 교수에 따르면 청소년 가운데 자살을 생각해본 비율은 약 10%, 실제 시도로 이어지는 경우는 2~3% 수준이다. 생각과 시도 사이, 시도와 사망 사이의 간격이 우리가 가정해온 것보다 훨씬 좁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영국에서는 자살로 숨진 아동·청소년 중 이전 시도 경험자가 절반가량으로 보고돼, 국내 양상과 차이가 있다.
노성덕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본부장은 자살 사망을 반복된 시도의 종착점으로 보는 기존 이해를 다시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정 조건이 겹치는 순간 급격히 발생하는 비선형적 사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수빈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연구소장은 유가족과 친구를 직접 만나는 면담, 생성형 AI 사용 기록까지 포함해 '보이지 않는 신호'를 읽어내는 심리부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책은 선별에서 보편으로 옮겨간다. 권 본부장은 가장 많은 청소년이 모이는 학교에서 사회·정서적 생활기술을 기르는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 역시 위험요인 탐색과 나란히, 청소년이 자기 감정을 알아차리고 말로 꺼내도록 돕는 정서교육을 제안했다. 위기 신호를 기다렸다가 대응하는 대신, 모든 아이가 평소에 감정을 다루는 법을 익히게 하자는 취지다.
포럼에서 제시된 통계들은 연령 구간과 기준 연도가 발표마다 조금씩 달라, 정부 차원의 정리된 발표는 이후로 예정돼 있다. 심리부검을 제도로 세우려면 민감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룰지부터 합의가 필요하다. 그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교실은 매일 열린다. 어제 조용했던 아이가 오늘도 조용하다는 것이 안심의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번 포럼은 수치로 확인해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