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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메밀전병, 겨울 끝에서 다시 지진다

루츠·입력 2026. 02. 25. 오전 11:33:00
산골 구황음식이 지역 문화 콘텐츠로 건너가는 길목
눈이 마르는 계절, 정선 장터 골목
눈이 마르는 계절, 정선 장터 골목 / ⓒ 브레스저널

강원 정선에서 정선메밀전병축제가 겨울의 끝에 열린다. 눈이 녹다 얼기를 되풀이하는 산비탈 마을에서, 반죽 지지는 철판 소리로 한 계절을 배웅하는 행사다. 넘기기 힘든 철을 건너게 해주던 음식이 축제의 이름으로 올라섰다.

메밀전병은 화려한 음식이 못 된다. 거뭇한 회갈색 반죽을 얇게 부친 뒤 시큼하게 익은 김치와 무채를 넣고 돌돌 말면 그것으로 끝난다. 뜨거운 철판에 닿는 순간 들기름 튀는 소리가 나고, 메밀 껍질에서 올라오는 텁텁하고 구수한 냄새가 천막 아래 고인다.

올해 행사는 먹거리와 체험을 두 축으로 짠다. 예년의 상차림을 그대로 두지 않고 젊은 입맛에 맞춘 구성을 얹는 쪽으로 손질해 왔다. 세부 일정과 참가 요금은 공개 전이며, 확정되는 대로 지역에서 안내한다.

정선은 논이 귀한 고장이다. 메밀은 척박한 비탈에서도 두어 달이면 꽃을 피우고 알을 맺기에, 흉년의 여백을 메우는 곡식으로 심겼다. 전병은 그 곡식을 가장 적은 재료로 배부르게 먹는 방법이었다. 잔치 음식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이 축제의 출발점이다.

김치와 무채를 넣고 말아내면 전병이 완성된다
김치와 무채를 넣고 말아내면 전병이 완성된다 / ⓒ 브레스저널

구황의 기억이 관광 상품으로 옮겨갈 때 긴장은 생긴다. 팔리는 맛에 맞춰 소를 바꾸고 크기를 줄이면 손님은 늘지만, 왜 이 음식이 생겨났는지는 흐려진다. 반대로 옛 조리를 고집하면 찾는 사람이 줄어든다. 정선의 선택은 해마다 조금씩 다시 조정되는 중이다.

그래서 이 축제를 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접시에 담긴 전병의 맛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부치는 손이 어느 집에서 배운 손인지 묻는 일이다. 후자는 안내판에 적히지 않는다. 천막 곁에 서서 굽는 사람과 몇 마디 나누면 답이 나온다.

겨울이 마르고 봄이 오기 직전, 산은 여전히 갈색이다. 그 색을 닮은 반죽이 철판 위에서 부풀었다 접히는 광경은 정선에서만 볼 수 있는 계절 풍경이다. 일정이 정해지면 하루쯤 시간을 비워둘 만하다.

행사 정보
일시: 2026년 겨울 끝자락
장소: 강원 정선
주요 프로그램: 메밀전병 먹거리·체험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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