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굴뚝 세 개, 연기는 없다

플래닛·입력 2026. 02. 13. 오후 8:03:00
멈춘 설비가 서 있는 방식과 자산의 시간
가동은 멈춰도 자산은 남는다
가동은 멈춰도 자산은 남는다 / 사진 Ivan Chumak · Pexels

흐린 하늘 아래 회색 굴뚝 세 개가 나란히 서 있다. 표면에는 시공 이음매가 가로줄로 남았고, 꼭대기 난간과 사다리까지 또렷하다. 연기는 한 줄기도 오르지 않는다. 아래쪽 나무들은 잎을 가득 달고 있어 계절은 겨울이 아니지만, 빛은 방향을 잃은 채 온통 평평하다.

사진의 무게는 굴뚝 위의 빈 공간에 실린다. 굴뚝은 배출을 위해 세워진 구조물이고, 배출이 없다는 것은 그날 그 시각 설비가 돌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비일 수도, 수요가 없는 시간일 수도, 연료 단가가 맞지 않는 국면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굴뚝은 서 있고, 그 높이를 세우는 데 들어간 돈은 이미 지출된 뒤다.

산업 전환의 회계는 이 지점에서 어려워진다. 설비의 물리적 수명과 경제적 수명이 어긋날 때, 남은 것은 철거 비용과 부지의 용도, 그리고 그곳에 묶인 일자리다. 전환을 말하는 문장은 대체로 미래형이지만, 콘크리트는 현재형으로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오른쪽 아래 건물에 걸린 비계가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는 이 부지에서 여전히 무언가를 짓거나 뜯고 있다. 사진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그것뿐이고, 나머지는 하늘의 구름처럼 노선만 남았다.

플래닛 기자 · Breath.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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