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별이 지기 전에 숲이 먼저 깨어난다

편집부·입력 2026. 02. 05. 오후 3:13:00
능선을 겹겹이 덮은 안개가 밤의 마지막 빛을 붙들고 있다
밤과 아침이 겹치는 짧은 시간
밤과 아침이 겹치는 짧은 시간 / 사진 G.B. G.Son · CC BY-SA 4.0

하늘은 여전히 자주색에 가깝고, 그 위로 연한 살구빛이 얇게 번져 있다. 능선은 가까운 쪽에서 먼 쪽으로 갈수록 흐려지며 네 겹, 다섯 겹으로 쌓여 보인다. 골짜기마다 흰 안개가 낮게 깔려 있고, 화면 왼쪽에는 마른 덩굴이 감긴 나무 한 그루가 검은 실루엣으로 서 있다.

이 시간의 숲은 소리 없이 바쁘다. 밤새 땅과 잎에서 빠져나온 물기가 찬 공기를 만나 안개가 되고, 첫 빛이 닿는 순간부터 잎들은 다시 공기를 들이마시기 시작한다. 사진 속 흰 띠는 숲이 내쉰 숨의 흔적에 가깝다.

능선이 여러 겹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이유는 그 사이에 공기가, 물이, 나무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저 두께가 얇아지면 새벽은 더 맑아 보일지 몰라도 안개는 사라진다. 우리가 지키자고 말하는 것은 저 사이를 채운 두께다.

별이 남아 있는 시간에도 숲은 벌써 일을 시작한다. 밤과 아침 사이의 이 짧은 틈은 매일 돌아오지만, 그 안을 채우는 숲의 두께는 저절로 돌아오지 않는다.

화면 아래쪽, 능선이 시작되기 전의 땅바닥은 젖은 낙엽과 이끼가 뒤엉켜 거뭇하게 눌려 있다. 마른 덩굴이 감긴 나무의 밑동 주변은 서리가 내렸다 녹은 듯 색이 짙고, 그 결을 따라 물기가 번져 나간 자국이 얕게 남아 있다. 안개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라기보다 저 축축한 표면에서 천천히 올라왔다고 보는 편이 화면과 더 잘 맞는다. 발밑의 부스러진 잎 더미가 밤새 물을 붙들고 있지 않았다면 골짜기의 흰 띠도 이렇게 두껍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진을 다시 보면, 가장 먼 능선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눈으로 따라가 보게 된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오늘의 좋은 소식이다.

편집부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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