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도에는 사람이 없다. 천장에 매달린 갓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켜져 있고, 바닥의 회색 콘크리트가 그 빛을 흐리게 되받는다. 오른쪽 벽은 검은 프레임과 유리로 짜였고, 아래쪽 절반은 반투명 필름이 덮여 안쪽을 흐린 파랑으로 만든다. 복도 끝 비상구 표시등만 붉게 남아 있다.
유리 너머 회의실에는 긴 나무 테이블과 메시 의자가 놓여 있다. 창밖으로는 맞은편 벽돌 건물의 창들이 보이고, 그쪽에도 불이 몇 개 켜져 있다. 의자는 테이블 쪽으로 밀려 들어가 있지 않다. 누군가 앉았다가 그대로 일어난 자세로 멈춰 있다.
이런 공간은 사람이 있든 없든 같은 값을 요구한다. 임대 계약은 연 단위로 묶이고, 공조와 조명은 층 단위로 돌아간다. 근무 방식이 주 며칠로 바뀌는 속도와, 건물이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속도는 다르다. 그 시차가 사무실을 비워두고도 유지하게 만든다.
유리 칸막이는 원래 개방과 집중을 동시에 얻으려던 설계였다. 안이 비면 그 유리는 나누는 기능만 남고, 흐린 필름은 안쪽을 가리는 대신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감춘다. 사진에서 가장 선명한 것은 책상도 의자도 아니고, 사람이 지나간 적 없는 복도의 빛이다.
플래닛 기자 · Breath.Ec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