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물가의 바위 위에서 멈춘 사람

인터뷰·입력 2026. 02. 03. 오후 9:02:00
흔들리는 자리에서 자세를 지키는 일에 대하여
멈춰 선 몸에도 힘이 들어간다
멈춰 선 몸에도 힘이 들어간다 / 사진 Burst · CC0

흐린 낮의 물가다. 하늘과 수면이 거의 같은 빛으로 풀려 있고, 왼쪽에서는 나무와 풀이 화면 절반을 밀고 들어온다. 렌즈 앞을 스친 잎사귀가 뿌옇게 번져 장면 전체에 얇은 막을 씌운다. 그 막 너머, 무너진 바위 위에 한 사람이 다리를 벌리고 상체를 뒤로 젖힌 채 멈춰 있다.

멈춰 있다고 해서 힘이 빠진 것은 아니다. 발바닥은 울퉁불퉁한 돌의 각도를 하나하나 읽고 있고, 뻗은 손끝은 허공에서 균형의 무게를 나눠 받는다. 정지한 자세를 유지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근육이 아니라 호흡이다. 숨이 얕아지면 자세가 먼저 흔들린다.

일과 돌봄의 자리에서도 비슷한 정지가 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아이 앞에서 표정을 고르는 몇 초, 환자 곁에서 다음 말을 삼키는 순간, 교실 문을 열기 전 복도에서의 한숨. 그 몇 초는 쉬는 시간으로 계산되지 않지만, 그 사람의 하루를 지탱하는 것은 대체로 그런 시간이다.

사진 속 바위는 평평하지 않고, 물가의 땅은 언제나 조금씩 무너진다. 그런 곳에서도 자세를 붙들 수 있는 것은 발밑이 단단해서가 아닌 숨을 놓지 않아서다. 우리는 흔히 버티는 사람에게 더 애쓰라고 말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숨 쉴 자리일 때가 많다.

다시 사진을 본다. 젖혀진 목과 감긴 눈, 그 짧은 정지 안에서 들이쉬는 숨이 있다. 그 숨이 끝나면 이 사람은 자세를 풀고 바위에서 내려올 것이다. 그때까지 화면은 조용하다.

인터뷰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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