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처마 끝에 걸린 겨울 하늘

루츠·입력 2026. 01. 29. 오후 12:16:00
기와 한 장이 다음 기와에 몸을 얹는 방식에 대하여
겹친 처마는 서로의 그늘을 덜어준다
겹친 처마는 서로의 그늘을 덜어준다 / 사진 Ruby Huang · Pexels

겨울 하늘이 색을 덜어낸 자리에 처마 세 채가 어긋나게 걸려 있다. 왼쪽 지붕은 그늘 속으로 물러서고 가운데 지붕은 볕을 정면으로 받아 기와의 등이 은빛으로 빛난다. 막새의 흰 얼굴이 처마 끝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고, 그 아래 나무는 오래 볕을 먹은 갈색으로 익었다.

기와는 혼자 서는 법이 없다. 한 장이 아래 한 장의 등에 몸을 얹고, 그 아래 한 장이 다시 다음 한 장을 받치면서 비로소 골이 생기고 물길이 난다. 겹치는 부분이 없다면 그것은 지붕이 아니라 흩어진 흙일 뿐이다. 사진 속 세 채의 지붕도 서로의 뒤에 서서 겹치는 방식으로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처마가 밖으로 길게 나온 이유도 결국 아래를 위해서다. 여름 볕은 잘라내고 겨울 볕은 방 안 깊이 들이는 각도, 흙벽에 빗물이 닿지 않도록 벌어둔 거리. 오늘 이 볕이 낮게 들어와 흰 벽의 무늬까지 밝히는 것은 우연이 아닌 계산된 배려다.

기와의 검은 물결과 하늘의 옅은 파랑 사이, 아무것도 없는 그 여백이 이 사진의 절반을 차지한다. 지붕은 그 빈 곳을 향해 끝을 살짝 들어 올린 채 멈춰 있다. 다시 한번 처마 끝을 따라가 보면, 선이 끊긴 위치에서 하늘이 시작된다.

루츠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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