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태양광은 늘었는데 왜 전기는 버려지나

플래닛·입력 2026. 02. 09. 오후 6:54:00
설비를 더 짓기 전에 전력시장과 계통 규칙부터 다시 짜야 한다
발전 설비는 늘어나는데 전기를 받아줄 제도는 그대로다
발전 설비는 늘어나는데 전기를 받아줄 제도는 그대로다 / ⓒ 브레스저널

맑은 날 정오, 태양광 패널은 가장 잘 돌아간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간에 일부 발전소는 출력을 줄이라는 지시를 받는다. 만들 수 있는 전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결정이다. 설비가 부족해서가 아닌, 그 전기를 받아 옮기고 값을 매길 규칙이 따라오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금 에너지 논의는 세 갈래가 한꺼번에 달아오르고 있다. 설비를 얼마나 더 지을 것인가, 전기요금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발전소와 주거지 사이 거리 규제를 완화할 것인가. 세 논의는 각각의 회의실에서 각각의 속도로 굴러간다.

이 칼럼의 주장은 간단하다.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아무리 높여도 전력시장과 계통 운영 규칙을 함께 고치지 않으면, 늘어난 것은 설비 숫자뿐이고 전환은 실패한다. 손볼 대상은 발전량이 아닌 제도다.

반론은 강하다. 일단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비가 깔려야 문제도 드러나고, 제도 설계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우선 용량부터 확보하자는 논리에는 현실적인 힘이 있다. 실제로 설비 없이는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순서를 되짚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제도가 늦으면 지어놓은 설비가 놀게 되고, 놀게 된 설비는 다음 투자를 막는다. 발전사업자는 언제 출력을 줄이라는 연락을 받을지 모르는 조건에서 수익을 계산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큰 곳에는 자본이 오지 않고, 자본이 오지 않으면 목표치는 문서에만 남는다.

설비만 커지고 규칙이 그대로면 늘어난 전기는 갈 곳을 잃는다
설비만 커지고 규칙이 그대로면 늘어난 전기는 갈 곳을 잃는다 / ⓒ 브레스저널

여기서 누구를 탓할 일은 없다. 계통 운영자는 정전을 막아야 하고, 발전사업자는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며, 지역 주민은 자기 마을에 들어서는 시설을 알 권리가 있다. 각자의 판단은 각자의 위치에서 합리적이다. 어긋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이들을 한 판에 올려놓지 못한 설계다.

그래서 지금이 기회다. 설비 확대와 요금 개편과 입지 규제 논의가 동시에 열린 시기는 자주 오지 않는다. 세 논의를 따로 결론 내면 서로를 무효로 만들고, 함께 설계하면 서로를 지탱한다. 확정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따져 물을 수 있다.

과장은 필요 없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난 것은 분명한 성취고, 이 문제는 세상이 끝나서가 아닌 성장이 빨라서 생긴 것이다. 대신 앞으로 나올 계획 문서를 읽을 때 한 가지만 확인해 보자.

몇 기가와트를 짓겠다는 숫자 옆에, 그 전기를 언제 어떤 값으로 받아준다는 규칙이 나란히 적혀 있는지. 그 두 줄이 함께 있는 계획만이 실제로 굴러간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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