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종이 낯선 땅에 들어서면 그 땅의 균형은 흔들린다. 우리는 이 문장을 붉은귀거북이나 가시박 같은 이름 앞에서 떠올린다. 그런데 문장의 주어를 인간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팻 시프먼의 『침입종 인간』(푸른숲, 2017)은 그 물음에서 출발한다.
책이 다루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의 생태적 내력이다. 우리가 새로운 대륙과 기후대로 퍼져 나가는 동안, 그곳에 이미 살던 종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저자는 이 질문을 도덕적 고발로 몰고 가지 않는다. 하나의 종이 생태계에 들어왔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으로 놓고 살핀다.
이 관점의 효과는 크다. 침입종이라는 말에는 선악이 없다. 천적 없는 환경에 들어온 종이 자원을 빠르게 점유하면 주변 종들이 밀려난다는 생태학의 서술일 뿐이다. 그 서술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순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닌 오래된 패턴의 연장선으로 읽히기 시작한다.
기후와 생물다양성을 다루는 지면에서 이 책을 여름에 꺼내 드는 이유가 여기 있다. 폭염 일수가 늘고 서식지가 조각나는 현상을 우리는 산업혁명 이후의 문제로 셈한다. 그러나 인간이 생태계의 구성을 바꾸는 힘을 갖게 된 시점은 훨씬 뒤로 거슬러 올라간다.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도 그 긴 시간 축 위에 올려놓을 때 크기가 제대로 보인다.
책의 힘은 시야의 폭에 있다. 화석과 뼈, 고생태학의 증거를 다루는 저자의 손끝은 단단하고, 인류의 확산을 지역별 사건이 아닌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엮어 낸다. 기후변화 교양서들이 대개 최근 200년에 집중한다면, 이 책은 수만 년 단위를 기본 단위로 삼는다.

얇아지는 대목도 있다. 선사시대의 인과를 다루는 논의는 본래 해석의 폭이 넓고, 이 책의 서술도 그 폭 안에서 하나의 유력한 설명을 택한다. 독자가 결론을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책의 미덕이 줄어든다. 오래된 과거를 다루는 책인 만큼, 오늘의 정책이나 기술 해법을 구하려 하면 손에 잡히는 것이 적다.
그래서 이 책은 답을 찾는 독자보다 과제를 넓히려는 독자에게 맞는다. 탄소 감축 목표와 재활용률을 매일 들여다보다가 그 수치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진 사람, 생물다양성 보고서의 그래프 앞에서 왜 하필 지금인가를 되묻게 된 사람. 2017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읽을 때 더 또렷해진다.
읽고 나면 한 가지는 분명해진다. 우리 종이 지나간 곳마다 무언가가 줄었다면, 무언가를 늘리는 일도 우리 종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주말에 동네 하천이나 야산을 걸으며 어떤 새와 나무가 있는지 세어 보는 일부터 해볼 만하다. 자기가 사는 곳의 목록을 아는 사람만이 그 목록이 줄어들 때 알아차린다.
한 줄 평: 인간의 이력서를 생태학의 문법으로 다시 쓴 책, 오늘의 위기를 훨씬 긴 자로 재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