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 너머에서 누군가 웃으며 안부를 묻는다. 목소리도 표정도 기억 그대로인데, 그 사람은 이미 세상에 없다. 영화 「원더랜드」는 이 한 통의 통화가 상품이 된 세계를 연다.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그 기술을 매일 켜는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를 묻는다.
김태용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2024년 한국 SF 로맨스 드라마다. '원더랜드'는 세상을 떠나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을 재현해 주는 가상세계이자 서비스의 이름이다. 사막에서 발굴 작업을 하는 고고학자 바이리는 어린 딸에게 자주 전화를 걸고, 승무원 정인은 우주에 있는 연인 태주와 통화한다. 두 통화 모두 원더랜드를 거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화의 질문이 시작된다.
탕웨이, 박보검, 배수지, 정유미, 최우식이 출연하고 공유가 특별출연했다. 눈에 띄는 선택은 서비스를 파는 쪽에도 얼굴을 준다는 점이다. 해리와 현수는 재현된 인격이 어떻게 작동할지를 관리하는 원더랜드의 조정자다. 이들은 시스템 안의 손자가 할머니를 이용하는 사례를 처리하는데, 애도가 산업이 되는 순간 무엇이 벌어지는지 이 장면이 압축한다.
현실에서도 고인의 음성과 얼굴을 학습시켜 대화하는 서비스가 나와 있다. 필요한 것은 사진과 영상, 문자 기록 같은 생전의 데이터다. 여기서 두 가지가 걸린다. 재현될 사람 본인이 동의한 적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데이터를 쥔 회사가 관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원더랜드」가 잘하는 일은 이 문제를 법정이나 회의실로 끌고 가지 않는 것이다. 요금을 내고 통화하는 일상의 리듬 안에 심어 둔다. 정인은 식물인간 상태였던 태주가 깨어나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재현된 태주와 나눈 시간을 지우지 못한다. 기술이 만든 위로와 실제 사람 사이의 어긋남을 이토록 조용히 배치한 연출은 드물다.
힘이 흩어지는 부분도 분명하다. 여러 커플의 사연을 나란히 놓다 보니 각 이야기가 감정의 정점에 닿기 전에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어떤 규칙과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지도 조정자들의 업무 너머로는 들어가지 않는다. 애도의 감정에 집중한 만큼, 산업으로서의 원더랜드는 배경에 머문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지금 유효한 이유는 시점에 있다. 서비스는 벌써 만들어졌고, 규칙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 재현될 권리를 누가 갖는지, 계약이 끝나면 재현된 인격은 어디로 가는지, 이용자가 의존하게 될 때 사업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나와 있지 않다. 영화는 그 공백을 인물의 표정으로 채운다.
이 영화를 권하고 싶은 독자는 두 부류다. 떠난 사람의 사진첩을 지금까지 지우지 못한 사람, 그리고 AI 서비스를 설계하거나 도입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앞의 사람에게는 위로가, 뒤의 사람에게는 설계도에 빠진 항목이 보일 것이다. 한 줄 평: 그리움을 상품으로 만들 수 있게 된 시대에,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를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되묻는 두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