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담장 너머의 소리, 존 오브 인터레스트

프레임·입력 2026. 06. 08. 오후 12:55:00
정원을 가꾸는 손과 화장로 소리가 한 화면에 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원과 화장로가 나란히 있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세계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원과 화장로가 나란히 있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세계 / 사진 Canal22 · CC BY 3.0

화면에는 정원이 있다. 여자가 꽃을 심고, 아이들은 물에서 논다. 그런데 귀로는 다른 것이 들어온다. 총소리, 비명, 기차, 무언가를 태우는 기계음이 끊이지 않는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2023년에 나온 역사 드라마다. 조너선 글레이저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 소설에서 출발했다. 1943년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장 루돌프 회스가 아내 헤트비히, 다섯 아이와 함께 수용소 옆집에서 사는 나날을 따라간다. 제7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제96회 아카데미 국제영화상을 받았다.

영화는 학살을 화면에 담지 않는다. 담장 이쪽에서 벌어지는 일만 보여 준다. 회스는 아이들과 수영과 낚시를 하고, 헤트비히는 정원을 가꾸며 어머니에게 자기가 이룬 살림을 자랑한다. 살해된 사람들의 소지품이 이 집으로 들어오고, 유대인이 아닌 수감자들이 집안일을 한다.

글레이저는 가해자를 신화적인 악으로 그리지 않겠다고 말해 왔고, 소설 속 인물 대신 실제 회스 가족을 조사해 화면에 올렸다. 촬영은 2021년 중반 아우슈비츠 일대에서 이뤄졌다. 배경을 실제 장소로 옮긴 선택이 이 영화의 태도를 그대로 보여 준다.

호국보훈의 달에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 이유가 있다. 회스는 새 화장터 설계를 승인하고, 부하들에게 라일락을 함부로 꺾어 식물에 상처를 냈다고 주의를 준다. 나중에는 헝가리 유대인 70만 명을 이송하는 작전을 자기 이름으로 맡는다. 그에게 이 모두는 업무이고 승진이며 가족과 다시 사는 조건이다.

일이 사람을 어디까지 데려갈 수 있는가. 이 물음은 지난 세기에 갇혀 있지 않다. 제 몫의 업무를 성실히 처리하는 손이 어떤 결과의 한 부분이 되는지, 그 사이에 담장이 몇 개나 서 있는지를 영화는 계속 되묻는다.

담장 한쪽의 살림과 반대쪽의 죽음이 같은 하루를 공유한다
담장 한쪽의 살림과 반대쪽의 죽음이 같은 하루를 공유한다 / ⓒ 브레스저널

연출의 핵심은 소리다. 카메라는 집 안팎을 관찰하듯 멀찍이 두고, 인물의 표정을 파고들지 않는다. 대신 음향이 화면 밖 세계를 쉬지 않고 밀어 넣는다. 관객은 보지 않은 것을 알게 되고, 알면서도 정원을 보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린다.

인물 조형도 같은 원칙을 따른다. 헤트비히는 집에 남고 싶어 남편을 설득하고, 그 요청은 받아들여진다. 협상은 어느 집에서나 오갈 법한 말투로 오간다. 괴물의 언어가 아니라 생활의 언어로 진행된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서늘한 성취다.

관객이 감정으로 붙잡을 통로는 거의 없다. 밤에 몰래 음식을 숨겨 두는 폴란드 소녀의 장면들이 유일하게 다른 온도를 낸다. 절제를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 두 시간 가까이 냉정한 관찰 상태를 견뎌야 한다. 이 방식이 모두에게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보훈과 추모의 달에 희생자를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갈래다. 이 영화는 가해자의 평범한 하루를 보게 해서 그 반대편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일이 왜 멈추지 않았는지 알고 싶은 사람, 자기 일과 그 결과 사이의 거리를 재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한다.

한 줄 평: 보여 주지 않고 들려주는 두 시간이, 극장을 나선 뒤 담장 이쪽의 소리를 다시 듣게 만든다

프레임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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