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치 동행에 값이 매겨진다. 브루클린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는 23세 아노라와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아들인 21세 바냐 사이에서 처음 오간 것은 애정 고백이 아니라 거액의 지불이다. 션 베이커가 각본·연출·제작·편집을 모두 맡은 「아노라」(2024)는 그 거래가 결혼으로 바뀌는 과정을 좇는다.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외형을 쓴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척하며 파티와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는 바냐는 아버지 밑에서 일하는 대신 영주권을 얻겠다며 결혼을 제안하고, 반신반의하던 아노라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즉흥 결혼식을 올린다. 일을 그만두고 저택으로 옮긴 그에게 큰 결혼반지와 밍크 코트가 주어진다. 결혼 소식이 러시아에 닿자 바냐의 어머니 갈리나가 무효화에 나서고, 대부 토로스가 합의 이혼을 종용하러 온다.
마이키 매디슨이 아노라를, 마르크 예이델시테인이 바냐를 연기했다. 유라 보리소프, 카렌 카라굴랸, 바체 토브마샨, 다리야 예카마소바, 알렉세이 세레브랴코프가 조연으로 붙는다.
이 작품이 붙드는 것은 자산의 국적과 노동의 국적이 다를 때 협상력이 어떻게 갈리느냐다. 바냐의 재산은 러시아에 있고, 그것을 관리하는 인력은 브루클린과 아르메니아계 공동체에 흩어져 있다. 아노라가 손에 쥔 것은 반지와 코트, 현금화 경로가 불확실한 현물뿐이다.
결혼은 법률 문서이면서 자산 방어선이다. 모친이 즉시 무효화를 시도하고 대리인을 파견하는 전개는 가족사가 아닌 지배권 문제로 읽힌다. 소유주 본인이 나서지 않고 대부와 그 부하들이 실행에 옮기는 배치는 초국적 자산 관리가 작동하는 방식과 겹친다. 계약 당사자는 둘인데 해지 권한은 제3자에게 있다.
연출의 성취는 톤 전환에 있다. 앞부분의 들뜬 리듬을 유지한 채 상대편 인력이 등장하면서, 웃던 장면과 긴장하는 장면의 경계가 흐려진다. 아노라를 피해자로만 두지 않고 협상하고 저항하는 인물로 세운 선택도 유효하다. 반면 바냐 쪽 재산의 실체와 규모는 끝까지 흐릿해, 권력의 근거가 설정에 머문다.
기록으로 보면 2024년 5월 21일 제77회 칸영화제에서 상영돼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18일 북미 극장 개봉했다. 제작비 600만 달러에 전 세계 수익 5,820만 달러로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 됐다. 제97회 아카데미상에서는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각본상·편집상 등 5개를 받았고,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함께 받은 역대 네 번째 작품이 됐다. 제78회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7개 부문 후보 중 2개 수상, 제82회 골든글로브 5개 부문과 제31회 미국 배우 조합상 3개 부문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계약서에 서명해 본 사람, 특히 상대편에 법무팀이 붙어 있던 경험이 있는 독자에게 권한다. 러브스토리로 기대하고 보면 중반부터 장르가 바뀌는 체감이 클 것이다. 한 줄 평: 반지와 코트는 선물이었지 지분이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