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가여운 것들」, 벨라는 몸으로 세계를 다시 쓴다

프레임·입력 2026. 03. 16. 오전 9:54:00
돌봄받는 자리에서 결정하는 자리로 걸어 나간 한 사람의 기록
「가여운 것들」의 벨라는 저택 안에서 언어를 익히며 바깥을 상상한다
「가여운 것들」의 벨라는 저택 안에서 언어를 익히며 바깥을 상상한다 / 사진 Deiadameian · CC BY-SA 4.0

한 여성이 집 안에서 관찰당한다. 의대생 맥스 맥캔들스는 괴짜 과학자 갓윈 백스터에게 고용되어, 기이하게 행동하는 그 여성을 지켜보는 일을 맡는다. 그녀의 이름은 벨라 백스터다. 「가여운 것들」은 관찰 대상이던 사람이 관찰하는 사람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을 따라간다.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연출한 2023년 작품으로, 앨러스데어 그레이가 1992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각본은 토니 맥나마라가 썼고 엠마 스톤·마크 러팔로·윌럼 더포가 출연한다.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헝가리에서 촬영했고, 2023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이야기는 19세기 말 런던에서 시작한다. 갓윈은 임신 중 다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성의 몸에 태아의 뇌를 이식했고, 그렇게 태어난 존재가 벨라라고 맥스에게 밝힌다. 아기의 정신이 성인의 몸에 담긴 것이다. 벨라는 시간이 지나며 어휘가 늘고,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숨기지 않는다.

이 설정이 무섭게 정확한 지점은 따로 있다. 벨라는 처음부터 누군가의 보호 아래, 누군가의 집에서, 누군가의 기록 대상으로 존재한다. 돌봄은 그녀를 살렸지만 동시에 그녀의 세계를 저택 크기로 묶었다. 보호와 통제가 같은 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영화는 은유가 아니라 생활의 장면으로 보여준다.

맥스가 청혼하고 벨라가 받아들이는 대목에서 이야기는 한 번 접힌다. 곧 벨라는 자신의 쾌락을 발견하고, 변호사 던컨 웨더번을 따라 리스본으로 떠난다. 결혼이라는 안전한 경로 대신 그녀가 고른 것은 직접 겪어보는 쪽이었다. 좋은 선택이었는지 묻기 전에, 그것이 그녀가 처음으로 스스로 내린 선택이라는 점이 먼저 온다.

여정이 이어질수록 벨라를 붙잡으려는 방식이 반복된다. 던컨은 그녀의 성장을 막으려다 실패하고 술과 도박으로 무너진다. 벨라는 배 위에서 철학을 알려주는 승객들과 친구가 되고, 알렉산드리아에 정박했을 때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목격하고 괴로워한다. 배움은 언제나 그녀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계획 바깥에서 일어난다.

연출은 이 구조를 시각으로 밀어붙인다. 과장된 미술과 의상은 벨라가 아닌 그녀를 둘러싼 세계가 기형임을 가리킨다. 이 영화가 미술상·의상상·분장상을 가져간 것은 장식이 예뻐서가 아닌, 세계의 뒤틀림을 화면이 떠맡았기 때문이다. 엠마 스톤은 몸의 리듬이 언어의 리듬을 뒤따르는 과정을 연기로 쌓아 올렸고, 그 정확성이 여우주연상으로 이어졌다.

느슨해지는 위치도 분명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벨라를 소유하려는 남성 인물들이 차례로 배치되면서, 인물들이 각자의 두께 대신 논리의 예시로 소비된다. 마르세유에서 매춘굴 노동과 사회주의를 만나는 지점은 이 영화가 가장 사회적으로 확장되는 부분인데, 그 노동의 조건보다 벨라의 각성이 앞자리를 차지한다. 배움을 얻은 자와 배경이 된 자가 갈리는 비대칭을 영화는 끝까지 풀지 못한다.

그럼에도 「가여운 것들」이 오래 남는 이유는 자기결정권을 선언이 아닌 축적으로 그렸다는 데 있다. 단어를 하나씩 늘리고, 실패하고, 사기를 당하고, 돈이 떨어지고, 다시 걷는다. 결정할 권리는 능력을 증명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 아닌 겪으면서 자라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돌봄받는 위치와 결정하는 위치가 자꾸 갈라지는 지점에 서 본 사람에게 권한다. 누군가를 오래 돌봐온 사람,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남에게 설명해야 했던 사람이라면 벨라의 실수마저 다르게 읽힐 것이다. 여성 주인공의 욕망을 곁가지가 아닌 뼈대로 세운 이 이야기는 3500만 달러로 만들어져 세계에서 1억1700만 달러 넘게 벌었고, 란티모스의 최고 흥행작이 됐다.

한 줄 평: 보호받는 대신 겪기로 한 사람의 기록

프레임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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