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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워터스, 20년 소송이 남긴 회계

프레임·입력 2026. 03. 04. 오후 4:01:00
규제 밖 화학물질과 기업 변호사의 전향, ESG의 원형을 되짚다
영화 「다크 워터스」가 시작되는 웨스트버지니아의 농장 풍경
영화 「다크 워터스」가 시작되는 웨스트버지니아의 농장 풍경 / 사진 Paul Oor · Pexels

비디오테이프가 가득 담긴 상자 하나가 로펌 사무실에 놓인다. 농부 윌버 테넌트가 들고 온 그 상자에는 죽은 젖소들의 기록이 들어 있다. 부어오른 장기, 검게 변한 이빨, 종양. 190마리가 그렇게 죽었다.

토드 헤인즈가 연출한 2019년작 「다크 워터스」는 이 상자에서 출발한다. 1998년 신시내티의 태프트 스티티니우스 & 홀리스터에서 기업 변호사로 일하던 로버트 빌럿이 할머니를 아는 농부의 부탁을 받아 웨스트버지니아주 파커즈버그의 농장을 찾아간다. 마크 러팔로가 빌럿을, 앤 해서웨이와 팀 로빈스가 그 주변을 맡았다. 각본은 마리오 코레아와 매슈 마이클 카너핸이 썼다.

장르는 법정 스릴러지만 화면의 결은 스릴러와 멀다. 헤인즈는 색을 빼고 속도를 줄인다. 사건은 총성이나 추격이 아니라 문서 상자가 늘어나는 속도로 진행된다.

영화의 중심 물질은 PFOA, 퍼플루오로옥탄산이다. 듀폰이 논스틱 프라이팬과 카펫 바닥재에 쓰이는 테플론을 만드는 데 사용한 물질이며, 혈류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축적된다. 빌럿이 EPA 보고서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대목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위험해서 금지된 물질이 아닌, 규제 목록에 아예 올라 있지 않아 합법이었다.

여기가 우리 지면과 만나는 국면이다. 규제되지 않은 물질은 재무제표에 비용으로 잡히지 않는다. 수십 년간 사내 실험으로 암과 선천적 기형 유발을 확인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면, 그 기간의 이익은 공시되지 않은 부채를 깔고 앉은 숫자다.

영화 안에서 EPA가 부과한 벌금은 1,650만 달러다. 이 금액이 무엇을 회수한 것인지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ESG를 홍보 문구로 쓰는 기업과 법정에서 20년을 버티는 기업의 거리는 이 영화가 다루는 거리와 같다. 파커즈버그에서 지역 사회는 오염을 고발한 테넌트를 외면한다. 그 회사가 지역 최대 고용주이기 때문이다. 환경 비용과 고용이 같은 저울에 오를 때 지역이 어느 쪽을 드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고 보여 준다.

규제 밖 화학물질은 축적되고, 비용은 뒤늦게 청구된다
규제 밖 화학물질은 축적되고, 비용은 뒤늦게 청구된다 / ⓒ 브레스저널

연출의 결론은 분명하다. 헤인즈는 빌럿을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는 기업을 변호하던 사람이고, 듀폰 측 변호사 필 도넬리를 대면하는 장면에서도 승리 대신 언쟁만 남는다.

정보 공개 요청에 듀폰이 수백 개의 상자를 보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리듬을 압축한다. 자료를 감추는 대신 쏟아부어 상대를 지치게 하는 방식이 실제 기업 소송의 문법이라는 점을, 영화는 기교 없이 옮긴다.

헐거워지는 지점도 있다. 물질의 유해성이 밝혀진 뒤부터 영화는 서사보다 연표에 가까워진다. 시간의 무게를 체감시키려는 선택이지만, 인물의 내면은 그만큼 얇아진다.

빌럿의 20년은 회고록 『Exposure』(2019)에 남았고, 사건의 전모는 2007년 단행본과 2016년 잡지 기사, 이후의 연재 보도가 먼저 세상에 내놓았다. 영화는 그 축적 위에 서 있다.

배당과 실적으로 기업을 읽어 온 독자에게 권한다. 이 영화는 환경 문제를 도덕의 언어로 말하지 않는다. 공시되지 않은 위험이 언제 어떤 형태의 청구서로 돌아오는지, 그 비용을 누가 받아 드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볼 만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 줄 평: ESG는 슬로건이 아닌 소송 기록이다.

프레임 기자 · Breath.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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