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에 떨어지고 서울의 아르바이트를 접은 청년이 겨울 한복판에 시골집 문을 연다. 「리틀 포레스트」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허기에서 시작한다. 무엇을 먹을지 정하는 일이 어떻게 살지를 정하는 일과 겹치는 지점이다.
임순례 감독이 2018년에 내놓은 이 영화는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김태리가 연기하는 혜원이 고향에서 옛 친구 재하와 은숙, 그리고 자기 손으로 만든 음식 사이에서 지난 기억과 상처를 통과해 가는 이야기다. 사건을 쌓아 올리는 대신 사계절을 따라가며, 심고 기다리고 거두는 순서를 그대로 화면의 순서로 삼는다.
국내 관객 150만 9097명이 이 느린 리듬을 극장에서 봤다. 임순례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감독상을, 김태리는 디렉터스 컷 시상식 올해의 여자연기자상을 받았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는 그해 영평 11선에 이 작품을 올렸다.
이 영화가 환경 지면에 오를 자리는 분명하다. 혜원의 식탁에서 재료가 옮겨 온 거리는 마당에서 부엌까지, 길어야 논밭에서 집까지다. 포장재도 냉장 운송도 재고를 맞추려는 폐기도 그 사이에 끼어들지 않는다. 지금 우리 접시 위 한 끼가 통과한 창고와 트럭과 비닐을 헤아려 보면, 이 단순함은 낭만이 아닌 계산 결과다.
더 눈여겨볼 것은 순환이다. 이 부엌에서는 계절이 재료를 정하고, 그 계절에 난 것이 다음 한 끼가 된다. 버릴 것이 적은 이유는 절약을 다짐해서가 아닌 필요한 만큼만 땅에서 가져오기 때문이다. 자원순환을 설비의 문제로만 상상하던 사람에게, 이 영화는 그 앞단에 조달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연출의 힘은 노동을 생략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 밭에서 손을 쓰는 시간을 건너뛰지 않기 때문에, 완성된 한 그릇이 감상이 아닌 결과로 읽힌다. 촬영은 경북 의성 일대에서 겨울과 봄으로 계절을 나눠 진행됐다. 배경이 아닌 노동의 무대로 땅을 찍은 선택이 이 영화의 뼈대다.
느슨해지는 지점도 있다. 돌아갈 집과 부칠 땅이 있다는 전제는 끝내 질문되지 않고, 자급을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게 만든다. 마을에 남아 자기 위치를 버티는 재하와 은숙이 그 공백을 일부 메우지만, 농사의 수지나 판로는 화면 바깥에 머문다. 해법의 설계도가 아닌 감각의 재조정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그 재조정만으로도 쓸모는 충분하다. 무엇을 먹을지 정하기 전에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먼저 묻는 습관은, 개인의 실천과 제도의 개편이 만나는 가장 낮은 문턱이다. 텃밭이 없어도 그 질문은 던질 수 있다.
새해에 살림을 다시 짜 보려는 사람, 기후 이야기가 숫자와 규제로만 들려 지친 사람에게 권한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이번 주 장바구니에 지역에서 난 제철 재료를 하나 넣는 일이다. 「리틀 포레스트」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접시 위 재료가 지나온 길을 한 번 되짚게 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