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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지역에 남는 돈은 무엇을 바꾸나

김범수·입력 2025. 12. 07. 오후 5:19:00
진주의 한 시민이 평생 번 돈을 어디에 되돌렸는지 좇는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는 진주의 한 한약방에서 시작된다
「어른 김장하」는 진주의 한 한약방에서 시작된다 / ⓒ 브레스저널

한 사람이 약을 팔아 번 돈은 어디로 갔을까. 「어른 김장하」는 그 돈의 행방을 장부에서 세지 않고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확인한다. 기부와 나눔이 몰리는 연말에, 이 영화는 조금 다른 것을 묻는다.

영화는 진주의 교육인이자 시민활동가인 김장하의 생애를 다룬다. MBC 경남이 제작한 2부작 다큐멘터리가 원형으로, 2022년 마지막 날과 2023년 첫날에 나뉘어 방영됐다. 2023년 11월 15일 극장판으로 관객을 만났고, 2023년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교양 작품상을 받았다.

화면에 서는 사람은 김장하 본인과 그를 좇는 이들이다. 김주완이 취재하듯 발걸음을 옮기고, 문형배와 김종명을 비롯한 이들이 각자 겪은 대로 그를 증언한다. 영화가 앞세우는 것은 인물의 업적이 아닌 인물을 둘러싼 사람들의 기억이다.

장학금은 흔히 개인의 선의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한 지역의 교육 기회를 떠받치는 재원이다. 지방의 학생이 학업을 이어 갈지 말지는 종종 몇십만 원 단위에서 갈린다. 그 돈이 지역 안에 남느냐 밖으로 빠져나가느냐는 미담이 아닌 정책의 문제다.

영화의 힘은 인물을 성인(聖人)으로 세우지 않는 데서 나온다. 카메라는 김장하를 설명하는 대신, 그를 통과한 사람들을 한 명씩 불러 세운다. 도움받은 이가 시혜의 대상이 아닌 자기 삶의 화자로 등장하기 때문에, 돈의 이동은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옆으로 번지는 모양이 된다.

증언에 크게 기대다 보니 이야기의 짜임이 느슨해지는 지점이 있다. 말이 쌓이는 만큼 인물의 윤곽은 또렷해지지만, 그가 살아온 지역 경제와 교육 환경의 변화는 얇게 남는다. 한 사람의 결단이 감동으로 수렴할 때, 제도가 하지 못한 몫에 관한 물음표는 뒤로 밀린다. 그 의문을 관객이 스스로 이어 가야 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여백이자 한계다.

영화 바깥에서도 이야기는 계속됐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이 작품과 맞닿은 북토크가 열려, 김주완 작가와 김현지 PD,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 등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극장 상영이 끝난 뒤에도 이 이름이 다시 불려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기록이다.

영화가 끝나면 그가 비운 몫을 누가 이어받느냐는 물음이 남는다. 증언들이 옆으로 번져 온 길을 되짚다 보면, 개인의 결심 없이도 같은 일이 계속될 수 있는지 따져 보게 된다. 나눔이 미덕으로만 기억될 때 지역은 무엇을 잃는가.

김범수 기자 · Breath.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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