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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17, 죽음이 업무가 된 노동자

프레임·입력 2025. 11. 15. 오후 1:25:00
복제와 우주 식민이 계약서 한 장으로 좁혀지는 자리
영화 「미키 17」의 무대가 되는 얼음 행성 니플헤임
영화 「미키 17」의 무대가 되는 얼음 행성 니플헤임 / 사진 Warner Bros. Pictures · 퍼블릭 도메인

죽는 것이 직무 내용인 일자리가 있다. 「미키 17」의 미키 반스는 그 일을 자기 손으로 신청한다. 죽으면 다시 출력되고, 기억은 복원되어 이어 붙는다.

봉준호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2025년 작품으로,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이 원작이다. 국내 개봉일은 2월 28일. 2050년, 사채업자를 피해 달아나야 했던 미키와 친구 티모는 얼음 행성 니플헤임으로 향하는 식민선에 오른다. 티모는 우주왕복선 조종사가 되고, 미키는 '익스펜더블'로 계약한다.

익스펜더블은 가장 위험한 임무를 도맡는 지점이다.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 절차의 일부여서, 죽고 나면 '재인쇄'를 거쳐 기억을 지닌 새 클론이 만들어진다. 4년 뒤 도착한 행성에서 과학자들은 여러 명의 미키를 써서 토착 병원균 백신을 만든다. 인체 실험이라는 말 대신 임무라는 말이 쓰인다.

이 영화의 초점은 복제 장치의 원리가 아닌 계약의 구조다. 위험을 줄이는 대신 위험을 감당할 존재를 따로 만들어 두는 방식은 이미 현실의 문법이다. 자동화가 들어간 현장에서 남는 일은 기계가 하지 않는 일이고, 원격 조종과 무인화는 사람을 위험에서 빼내는 동시에 누가 남을지를 다시 고른다.

위험 업무가 개인이 아니라 직무 자체로 관리되는 구조
위험 업무가 개인이 아닌 직무 자체로 관리되는 구조 / ⓒ 브레스저널

기억을 복원해 붙인다는 설정도 지금의 질문과 닿아 있다. 이어 붙인 기억을 가진 쪽에게 앞사람의 계약이 그대로 승계되는가. 영화는 이 물음을 철학 토론이 아닌 급여와 근무표의 문제로 내려놓는다.

연출은 SF 장르의 매끄러움을 일부러 흐트러뜨린다. 우주 식민을 다루면서도 화면이 오래 머무는 곳은 좁은 통로와 실험대 같은 생활의 위치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하는 미키는 영웅적이지 않고, 자기 죽음을 반복해 겪으면서도 일정에 맞춰 다음 임무로 이동한다. 그 무덤덤함이 이 영화의 가장 서늘한 장치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원정대를 이끄는 정치인 케네스 마셜을 통해 권력을 희화화할 때, 풍자의 표적이 커질수록 노동 계약이라는 촘촘한 문제의식이 헐거워진다. 웃음을 만드는 장면과 계약 조건을 파고드는 장면이 매번 같은 속도로 붙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비평에서 대체로 호평을 받았으나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했고, 미국 개봉 한 달 만인 4월 7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넘어갔다.

기술이 사람을 대신하는 속도보다, 기술이 사람의 자리를 다시 배치하는 속도가 늘 빠르다. 「미키 17」은 그 배치를 눈에 보이게 만들어 놓은 영화다. 위험한 일이 왜 늘 특정한 사람에게 몰리는지 궁금했던 사람에게 권한다. 다음에 무인화나 원격 작업 도입 소식을 접하거든, 사라진 위험이 아닌 그 위험이 옮겨 간 위치를 먼저 찾아보게 될 것이다.

프레임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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