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물길은 아래로 흐른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프레임·입력 2025. 10. 20. 오후 4:17:00
글램핑장 하나가 산촌의 지하수를 흔들 때, 비용은 누구에게 남는가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바라보는 산촌의 물길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바라보는 산촌의 물길 / 사진 Vyacheslav Argenberg · CC BY 4.0

한 남자가 숲의 개울에서 물통에 물을 채운다. 장작을 패고,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멀리서 들리는 총성을 흘려보낸다. 이 반복이 영화의 첫 리듬이다. 상류의 물이 곧 생활이라는 사실을 대사 없이 알리는 데 영화는 긴 시간을 쓴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2023년 일본 드라마다. 제80회 베네치아 영화제에 황금사자상 경쟁작으로 초청돼 심사위원대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았고, 같은 해 런던영화제 최우수작품상도 받았다. 출연진 대부분이 비전문 연기자다. 관객은 다듬어진 표정 대신 인물이 놓인 조건을 보게 된다.

산골 마을 미즈비키에서 홀로 딸 하나를 키우는 타쿠미의 일상에 글램핑장 건설 계획이 도착한다. 주민 설명회에서 개발 회사 담당자 타카하시와 마유즈미가 계획을 소개하고,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말한다. 핵심은 오염된 물이 지하수로 스며드는 문제다. 위에서 버린 것이 아래로 흐른다는 물리가 이 영화의 갈등 전부다.

관광 개발의 편익은 사업자와 도시 방문객에게 모이고, 물과 숲에 생기는 부담은 그 자리에 계속 사는 사람들에게 남는다. 영화는 이 비대칭을 고발이 아니라 계산으로 보여 준다. 상류에 무엇을 놓을지 정하는 사람과 하류에서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이 다르다는 것, 그것이 이 이야기의 서늘함이다.

하마구치는 이 기획이 음악가 이시바시 에이코의 공연용 영상 의뢰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시바시의 음악 스튜디오 주변을 조사하다 영화 속과 비슷한 글램핑 야영장 설명회를 목격했고, 개인의 생활 공간에 도시의 논리가 개입하는 관점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 출발점이 설명회 장면의 밀도로 남았다.

연출의 힘은 그 설명회 시퀀스에 몰려 있다. 주민들은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대신 계획의 허술한 지점을 하나씩 짚고, 담당자 두 사람도 악인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본사의 지시를 받는 지점에서 마을의 말을 들으며 주민 쪽으로 기울지만, 계획은 바뀌지 않는다. 악을 지목하지 않는 대신 구조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느슨해지는 지점도 분명하다. 개발 회사 쪽 사정과 담당자의 흔들림에 시간을 나눠 쓰면서, 마을이 감당할 물의 문제는 절차로 더 들어가지 않고 정서적 긴장으로 옮겨 간다. 후반부의 상징적 전개는 해석의 폭을 넓히지만, 앞부분이 쌓아 올린 구체성을 일부 반납한다. 문제를 정확히 세워 놓고 답은 숲에 맡기는 선택이다.

주말 캠핑장을 예약해 본 사람, 지역 개발 공청회 안내문을 무심히 넘긴 사람에게 권한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작다. 사는 지역이나 자주 가는 여행지의 개발 사업 공람 공고를 열어 오수 처리 계획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다. 상류에서 내리는 결정에 하류의 이름이 한 줄이라도 들어가려면, 그 위치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프레임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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