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국제해운 탈탄소 규제를 부산 해양산업의 비용 부담으로만 보지 않고, 산업 체질을 바꾸는 전환 요인으로 분석한 연구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 내용은 2026년 10월 20일 공개됐다. 탈탄소 규제에 대응하는 정책의 초점을 규제비용을 메워 주는 데서 해양산업 전환 역량을 지역 안에 쌓는 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분석 대상은 부산의 조선·항만·해운업이다. 연구진은 규제가 세 업종 모두에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산업이 바뀌어 가는 경로를 추적했다.
출발점은 배다.
보고서는 탈탄소화가 친환경 선박 투자 수요로 번진다고 봤다. 규제 기준을 맞추려는 선사가 새 배를 찾을수록 일감은 부산 조선소 쪽으로 흘러들 수 있다. 선박 발주가 늘면 항만과 해운업도 함께 움직인다.
보고서가 제시한 친환경 선박 투자 규모는 10.7조다. 단위를 원으로 보면 10조7000억 원 규모가 된다. 이 투자가 몇 년에 걸친 것인지, 부산만 따졌는지 동남권이나 전국까지 넓혔는지에 따라 지역에 돌아오는 몫은 크게 달라진다. 수치 전체를 부산 몫으로 읽기는 어렵다.

보고서가 비교한 두 정책 틀은 돈이 머무는 곳부터 다르다. 비용 보전형 지원은 선사가 치르는 규제비용을 덜어 주는 데서 효과가 끝난다. 축적형 정책은 투자 수요가 부산 기업의 수주와 기술, 인력으로 이어져 지역에 쌓이는 것을 겨냥한다. 같은 규제를 두고도 어느 틀을 고르느냐에 따라 부산 조선업이 받아 내는 일감의 크기가 갈린다.
이번 연구는 2026년 9월 한국은행 부산과 울산, 경남 본부가 함께 연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완해 완성했다. 보고서 내용은 집필자 개인 의견이며, 한국은행 공식 견해와는 선을 그었다.
한은 부산본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산업계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투자 수요가 커지더라도 설계와 건조, 기자재 공급과 항만 운영을 맡을 역량이 부산 기업에 없으면 그 수요는 다른 지역이나 해외 조선소로 빠져나갈 수 있다.
탈탄소 규제가 부산 해양산업에 비용 부담으로 그칠지 성장동력이 될지는 지역이 친환경 선박 투자 수요를 얼마나 받아 내느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