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은 이번 금융권 해킹의 취약점 유형으로 본인확인을 거치지 않은 정보조회, 접근통제 누락, 알려진 취약점을 손보지 않고 방치한 시스템을 제시했다. 셋 다 암호 강도와 무관하다. 2026년 10월 초 벌어진 이 사고를 두고 보안업계와 금융당국은 공격에 AI 에이전트가 쓰였다고 보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단계마다 지시하지 않아도 목표만 받으면 할 일을 스스로 쪼개고 실행까지 하는 프로그램이다. 침입 탐지나 설정 점검, 모의 침투에 투입하면 사람 몇 명 몫을 한다. 그 성질이 공격 쪽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이번 사안과 함께 제기됐다. 점검 도구와 침투 도구는 같은 코드를 공유하고, 갈라지는 지점은 누가 어떤 목표를 입력하느냐에 있다.
메인·핵심 서버를 비켜 직원용 시스템과 비중요 업무 시스템, 인증을 돌아가는 우회 경로가 침투 통로로 쓰였다. 금융사 보안 예산은 외부에 크게 노출된 구간에 쏠리는 경향이 있고, 그 바깥의 사내 포털이나 보조 업무망은 점검 주기가 길다. 자동화된 공격은 그 긴 주기를 파고든다.
방어 예산을 키워서 메워지는 틈이 아니다.
김용대 카이스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AI 에이전트를 쓰면 해킹이 빨라지고, 에이전트가 스스로 학습해 공격 방법을 만들어 내며, 공격자 한 명이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취약점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직접 분석한 결론은 빠져 있는, 기술 일반에 대한 견해다. 종전의 설계는 공격자의 시간과 인력이 유한하다는 전제에 기대어 세워졌다.

해커 한 명이 1년 걸리는 침투와 정보 탈취를 AI 에이전트는 하루에 끝낸다는 주장도 이번 사안을 거치며 돌았다. 비교 조건과 산출 근거가 공개되지 않은 수치여서 그대로 받기는 어렵다. 금감원 역시 AI 에이전트를 이용한 대량 자동화 공격 가능성을 추정 단계로 언급하는 선에 머물러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이 사안을 두고 공개 발언을 했고, 국회에서는 은행장을 불러 세우자는 요구가 나왔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AI로 공격을 막겠다는 대응책이 거론된다. 공격 쪽은 자율 에이전트를 돌리는데 방어 쪽이 사람의 근무 시간에 묶여 있으면, 탐지와 차단 사이의 시간차는 벌어지기만 한다. 대형은행이 연간 수백억 원대 보안 투자를 해 왔다는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피해 범위를 보는 틀도 금융권 안에서 갈린다. 은행권 여러 곳이 당한 금융 사고로 한정하는 쪽이 있고, 한국전력과 티빙까지 같은 선상에 올려 기간망 사안으로 보는 쪽이 있다. 두 갈래가 동일한 수법인지에 대한 당국 확인이 나오는 시점부터 규제 논의의 범위도 달라진다.
창구에서 고객 정보를 조회할 때 본인확인 창이 한 번 더 뜨고, 사내 포털에 들어갈 때 권한을 다시 묻는다. 번거롭다는 민원에 밀려 걷어냈던 절차들이 이번에는 통로가 됐다. 예산을 키우는 일보다 그 절차를 어느 화면에 되살릴지 정하는 쪽이 급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