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기준 30세 미만 고용보험 가입자는 약 223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5,000명, 2.8% 줄었다. 같은 달 전체 가입자는 26만8,000명(1.7%) 늘었다. 전체가 불어나는 동안 20대 구간만 반대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증가율이 가장 컸던 연령대는 60세 이상으로, 20만7,000명(7.5%)이 늘었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의 규모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지표다. 경기가 나빠 전체가 함께 줄어든 것이라면 설명이 간단하겠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 반대에 가깝다. 15~29세 취업자 증가율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다섯 달 내리 마이너스였고, 다섯 달 연속 감소한 연령대는 이 구간뿐이다.
직종을 뜯어보면 감소는 특정 영역에 몰려 있다. 5월 20대 가입자 기준으로 작가·통번역가가 20.6%, 회계·경리 사무원이 11.5%,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10.1%, 디자이너가 7.6%, 법률 사무원이 6.1% 줄었다. 문장을 쓰고, 장부를 맞추고, 코드를 짜고, 시안을 뽑는 일은 생성형 AI가 초안 단계에서 가장 깊숙이 파고드는 영역이다. 30세 미만만 놓고 보면 정보통신업이 9.3%,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이 4.1% 줄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분석은 이 흐름을 더 긴 기간으로 잡았다. 챗GPT가 나온 2022년 11월 이후 약 3년 사이 15~29세 일자리는 21만1,000개 사라졌고,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늘었다. 사라진 청년 일자리 21만1,000개 중 20만8,000개가 AI 노출도 상위 절반 업종에서 나왔다. 총량은 얼추 맞바꿔졌지만, 빠져나간 쪽과 채워진 쪽의 나이가 달랐다.
같은 주에 반대되는 신호가 겹쳤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올해 5월 한 콘퍼런스에서 기술 예측은 대체로 맞혔지만 사회·경제적 영향은 상당히 틀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AI가 초급 일자리의 절반을 없앨 수 있다고 경고했던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도 경고의 취지는 대응할 시간을 벌자는 데 있었고 종말을 예언하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AI 투자가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 답한 CEO 비율은 지난해 1월 46%에서 올해 5월 20%로 내려앉았다.
두 흐름은 어긋나지 않는다. 메타는 5월 8,000명을 감원했고 아마존도 예고대로 1만6,000명을 줄였지만, 정작 통계에 크게 찍히는 변화는 해고가 아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7일 서울에서 연 세미나에서는 AI 도입에 따른 고용 변화가 기존 인력 정리보다 신규 채용 축소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웹사이트 제작과 시스템통합 일을 하는 한 60대 사업주는 생성형 AI로 지금 인력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올해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뽑지 않기로 했다.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이 세미나에서 금융·법률처럼 임금이 높고 숙련이 요구되는 직종일수록 AI 노출도가 높은 반면, 돌봄과 음식점·운송처럼 사람이 모자랄 분야는 대체가 어렵다는 엇갈림을 지적했다. AI가 초급 업무를 대신하면서 청년이 숙련을 쌓아 올릴 통로 자체가 얇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공인회계사 시험은 응시자와 경쟁률이 5년 내 최저로 떨어졌고, 대형 회계법인의 신입 채용이 줄면서 소속을 정하지 못한 합격자가 늘었다. 법률 사무원 가입자는 5월 7,175명으로 13개월 연속 줄었다.
거시 지표도 같은 쪽을 가리킨다. 성장이 고용을 얼마나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는 고용탄성치는 올해 0.24로 추정되는데, 2018년 0.13 이후 가장 낮다. 지난해 0.64에서 절반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KDI는 5월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2.5%에 취업자 증가 17만 명을 제시했다. 성장은 하는데 사람은 덜 뽑는 상태가 통계로 굳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전국 대학생 637명에게 물었더니 82.1%가 AI 때문에 자신의 미래 직업이 흔들릴 수 있다고 답했다. 5월 미국 애리조나대 졸업식에서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가 AI가 업무의 일부가 될 거라고 하자 야유가 나왔고, 6월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순서에 졸업생 200여 명이 피켓을 들고 강당을 빠져나갔다.
재정경제부는 청년 AI 실무교육과 기업 연계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으며, 관계 부처 합동 대책은 하반기 중에 나온다. 정책이 겨눠야 할 표적은 첫 직장으로 들어가는 문의 폭이다. 신입에게 맡기던 초안 작업을 기계가 가져갔는데, 사람은 어디서 손에 익은 기술을 얻을 것인가. 내년 5월 고용보험 통계에서 20대 곡선이 어느 쪽으로 꺾이는지가 그 답을 대신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