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감원 사유란에 'AI'가 적히기 시작했다

곽동현·입력 2026. 06. 25. 오전 7:01:00
오라클 2만1000명 감소, GM 로봇 증설, 대기업 채용 둔화가 한 주에 겹쳤다
같은 공정을 두고 사람과 기계가 나뉘기 시작했다
같은 공정을 두고 사람과 기계가 나뉘기 시작했다 / ⓒ 브레스저널

오라클이 22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2026회계연도 말 전 세계 정규직 직원 수를 14만1000명이라고 공시했다. 1년 전 16만2000명에서 약 2만1000명, 13%가 줄었다. 회사는 운영 전반에 AI 기술을 도입·활용한 것이 인력 감소를 초래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고 적었다. 감원의 사유를 회사가 스스로 서류에 남긴 문장이다.

연례 보고서는 투자자에게 법적 책임을 지고 제출하는 문서다. 홍보 자료의 수사와 달리 여기 적힌 문장은 뒤집기 어렵다. 오라클은 인력 조정 배경으로 경영진과 제품의 변화, 성과 관리, 사업 전략 변경, 인수합병 후속 조치도 함께 제시했다. 2만1000명 가운데 자동화가 직접 대체한 몫이 얼마인지는 회사가 나누어 밝히지 않았다.

비용도 함께 공시됐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퇴직금 등에 18억4000만 달러를 썼는데, 전년도 3억7400만 달러의 약 5배다. 같은 회사가 이번 회계연도 자본지출로 약 700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사람을 줄이는 데 든 돈의 40배 가까이가 서버와 전력으로 간다.

그 자본지출의 재원 조달 방식이 오라클의 처지를 보여준다. 회사는 앞서 밝힌 200억 달러 주식 발행을 포함해 총 400억 달러 규모의 부채·자본 조달을 추진한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벌어들인 현금으로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과 달리, 오라클은 빌려서 짓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오픈AI와 메타 등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공급하기로 한 계약이 이 부담을 감당할 근거다.

기술업계 전체로 보면 올해 들어 196곳에서 11만9800명 넘게 감원됐다. 오라클 한 곳이 그중 6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공장에서는 같은 일이 설비 증설로 나타난다. GM은 디트로이트의 전기차 공장 팩토리 제로에 화낙 로봇 팔 약 50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조립 라인에서 부품을 붙이는 작업을 맡는 기계다.

3월 임시 해고된 노동자 1300명이 복귀하지 못한 상태에서 설치가 진행됐고, UAW 로컬22의 제임스 코튼 지부장은 1000명이 넘는 조합원이 무기한 해고 상태라고 했다. 이 공장에서는 2025년 10월에도 1200명이 영구 해고됐다.

로봇 팔이 늘어난 라인 옆에는 비어 있는 작업 위치가 남는다
로봇 팔이 늘어난 라인 옆에는 비어 있는 작업 위치가 남는다 / ⓒ 브레스저널

GM만의 선택도 아니다. 스텔란티스와 포드도 미국 공장에 화낙 로봇 팔을 들였고, 현대자동차는 2028년까지 조지아 전기차 공장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투입할 계획이다. 화낙은 2001년부터 사람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는 이른바 라이트 아웃 공장을 운영해 왔다.

중국의 제투어·지커·샤오미도 대규모 자동화 라인을 돌린다. 이달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UAW 전당대회에서 숀 페인 회장은 휴머노이드와 대규모 자동화가 고용과 임금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류창둥 JD닷컴 회장의 발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그는 베이징 APEC CEO 포럼에서 로봇이 택배를 배송하게 되면 택배기사가 기본적으로 필요 없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자사 배송 인력 70만 명의 일자리를 걱정한다고 덧붙이면서 재교육의 필요를 강조했지만, 로봇 배송이 언제 일반화될지는 말하지 않았다. JD닷컴은 약 120개 학교와 계약해 배송 인력에게 로봇 수리·정비를 가르치고 있다.

국내 고용 지표도 같은 시기에 나빠졌다. 4대 그룹 고용은 1년 새 1만2300여 명 줄었고, 삼성에서는 931명이 감소하며 2017년 이후 7년 연속이던 증가 흐름이 끊겼다. 한국CXO연구소의 2024~2025년 고용 변동 분석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102개 대기업집단의 국내 계열사 임직원은 8170명 늘어나는 데 그쳤고, 증가율은 1.8%에서 0.4%로 내려앉았다. 두 통계는 대상과 기간이 달라 나란히 놓고 빼기 어렵지만, 두 집계 모두 증가 폭이 축소되거나 감소로 돌아섰다.

부담은 노동시장에 처음 들어서는 쪽에 몰린다. 쉬었음 청년은 40만 명을 넘어섰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집계로 청년 고용률은 지난해 5월부터 23개월 연속 떨어졌다. 올해 1분기 20~30대 실업자·취업준비자·쉬었음 인구는 171만 명이다. 중국에서도 16~24세 실업률이 4월 16.3%를 기록한 가운데 올여름 약 1270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시장에 들어온다.

대응은 재교육으로 모인다. 교육부는 추경 283억원으로 전국 40개 대학을 운영기관으로 뽑아 약 4000명에게 첨단산업 교육을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삼성·SK·LG·한화·롯데·KT와 K-뉴딜 아카데미를 추진해 39개 특화 과정으로 약 4400명을 키우고, 1인당 900만원가량인 교육비를 전액 지원한다. 다만 이 규모는 20~30대 171만 명에 견주면 0.5%에 못 미친다.

선전 공항에서는 로봇이 이용객에게 음식을 가져다주고, 자율주행 로봇이 통근열차를 타고 편의점 재고를 채우는 시범 사업이 돌아간다. 그 옆에서 일하던 사람이 로봇을 고치는 사람이 되려면 120개 학교와의 계약 같은 장치가 깔려 있어야 한다. 기업의 공시 서류에 AI가 감원 사유로 등장하기 시작한 지금, 개인이 확인할 것은 회사가 나를 어디로 옮길 계획을 갖고 있는지다. 그 계획은 인사팀 면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곽동현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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