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해고된 공정에 로봇이 들어섰다

곽동현·입력 2026. 06. 21. 오후 1:38:00
미국 공장과 사무실, 한국 고용지표가 같은 주에 겹쳤다
사람이 빠진 공정에 기계가 채워지는 전환기
사람이 빠진 공정에 기계가 채워지는 전환기 / ⓒ 브레스저널

미국 전기차 생산기지 '팩토리 제로'에서 1000명 이상의 정리해고가 이뤄진 뒤 같은 공간에 일본 화낙이 만든 협동로봇 50여 대가 배치됐다. 협동로봇은 안전 펜스 없이 사람 옆에서 함께 움직이도록 설계된 기계로, 라인 전체를 새로 짜지 않고도 기존 공정에 끼워 넣을 수 있다. GM 대변인 케빈 켈리는 이 도입이 비용을 줄이려는 조치를 넘어 작업자의 신체 부담을 덜고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미자동차노조 Local 22 회장 제임스 코튼은 사람이 빠진 공정에 기계가 들어선 상황을 두고 반발하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주 사무직 쪽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나왔다. 아마존은 AI 투자를 이유로 올해 들어서만 3만 명을 감원했다. 집계 대상이 전 세계인지 미국인지, 어느 시점까지를 묶은 것인지는 회사가 밝히지 않았다.

공장과 사무실 양쪽에서 동시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노동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의 성격이 달라진다. 특정 업종의 경기 부진으로 사람이 줄어드는 것과, 업무 자체가 기계로 옮겨가는 것은 회복 경로가 같지 않다. 앞의 경우 수요가 돌아오면 채용도 돌아오지만, 뒤의 경우 생산이 늘어도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다른 해석도 존재한다. 기업이 사람을 걷어내기보다 생산성을 높이는 보조 수단으로 AI를 쓰고 있다는 평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두 서술은 정면으로 충돌하지 않는다. 하나는 개별 사업장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흐름에 대한 진단이기 때문이다.

한국 지표도 흐름이 꺾였다. 국가데이터처 2026년 5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4만 명 줄어, 2024년 12월 이후 17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제조업에서 14만 명, 건설업에서 4만3천 명이 빠졌다. 청년 고용률은 46.2%에서 43.8%로 내려갔고 청년 실업률은 6.6%에서 7.2%로 올랐다.

그런데 이 감소분 가운데 로봇이나 소프트웨어가 대신한 몫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사업장 사례와 한국 통계는 모수가 달라 곧바로 포갤 수 없다. 정부가 5월 지표의 배경으로 지목한 것은 중동 전쟁 장기화였다.

정부는 6월 17일 오전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과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청년층이 인구·산업 변화, 경력직과 수시채용 위주로 굳어진 채용 관행, 중동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AI 전환과 녹색 산업전환에 따른 인력 수요 변화에 대응해 재교육, 이직 지원, 고용안전망 강화를 묶은 기본계획도 준비 중이다. 발표 시점은 '조만간'으로만 제시됐고, 계획의 공식 명칭도 확정 전이다.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구글 순다르 피차이 대표가 연사로 나서자 AI 정책에 항의하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강당을 빠져나갔다. 한 달 앞선 5월 애리조나대 졸업식에서는 전 구글 CEO 에릭 슈밋이 AI를 주제로 연설하다 야유를 받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새 기술이 등장할 때 규제와 함께 사회규범의 변화까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업무를 기계에 넘기고 어느 업무는 사람이 쥐고 있을지, 넘긴 대가를 누가 어떻게 나눌지가 그 규범의 내용이 된다.

일자리전담반은 매주 열리고, 대응방안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나온다. 다음 고용동향은 6월 통계로 이어지고, 그 수치가 5월의 감소를 일시적 흔들림으로 볼지 흐름의 전환으로 볼지를 가른다.

곽동현 기자 · Breath.Tech

관련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