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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사번을 준 회사, 그다음이 문제다

곽동현·입력 2026. 06. 19. 오후 8:17:00
에이전트를 동료로 앉히는 실험이 시작됐지만 비용과 직무 설계는 빈칸
조직도 안으로 들어온 AI 에이전트, 관리 규정은 그 뒤를 따라간다
조직도 안으로 들어온 AI 에이전트, 관리 규정은 그 뒤를 따라간다 / ⓒ 브레스저널

SK텔레콤이 지난 16일 AI 에이전트에 사번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소속과 직무, 권한을 배정하고 입사부터 퇴사까지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관리하는 조직 체계 실험이다. 소프트웨어를 인사 관리 대상으로 등록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사번을 받은 에이전트가 몇 개인지, 어느 부서까지 적용되는지는 공개 전이다.

여기서 AI 에이전트란 사람이 매번 지시하지 않아도 목표를 받아 스스로 절차를 나누고 실행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여러 에이전트가 서로 일을 주고받는 방식은 A2A(Agent-to-Agent)라고 부른다.

SK텔레콤은 사번 부여에 앞서 'AX 샌드박스'라는 사내 제도를 AI CIC 일부 조직에서 3개월간 시범 운영했다. 기존 업무를 백지에서 AI 기반으로 다시 짜보는 실험이다. 회사는 한 사람이 복수의 에이전트와 함께 기획·개발·디자인을 동시에 맡는 '멀티 롤' 방식이 가능했고, 기획에 드는 시간이 줄고 의사결정이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줄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는 회사 설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재헌 SK텔레콤 CEO는 이달 둘째 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6 뉴 이천포럼'에서 'AX 혁신 2.0'을 제시했다. 회사는 에이전트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하고 어디까지 보안 권한을 갖는지를 규정하는 거버넌스 체계도 준비 중이다. 에이닷 비즈, 폴라리스, 플레이그라운드 같은 사내 AI 개발 플랫폼을 하나로 묶어 주요 사내 시스템과 연동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재비츠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WS 서밋 뉴욕 2026'에서 AWS 수석 디벨로퍼 애드보킷 다르코 메사로스는 토큰 비용이 올라도 AI 사용을 되돌리지는 않으며, 업무에 맞춰 더 작고 값싼 모델을 고르는 방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행사에서 만난 옵저버빌리티 업체 옵저브 관계자의 진단은 결이 달랐다. 1년 전 'AI라면 무조건 산다'던 분위기가 예산에 맞아야 산다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옵저브는 올해 2월 스노우플레이크에 인수됐다.

서밋에서는 투자 리서치, 게임, 신약 개발, 로보틱스 등 여러 업종의 에이전트 적용 사례가 소개됐다. AWS의 코딩 도구 '키로(Kiro)'는 요구사항과 설계, 작업 목록을 확정한 뒤 코드를 만드는 '스펙 기반 개발' 방식을 쓴다. 설계 단계에서 논리적·수학적 모순을 점검하는 신경기호 AI를 얹어 모델이 그럴듯한 거짓을 만들어내는 문제를 줄이려 했다.

18일 열린 영림원소프트랩의 컨퍼런스 'EBSC 2026'에서는 다른 각도의 지적이 나왔다. 호웅기 미래가치실현본부장은 손으로 세 시간 걸리던 일을 AI로 한 시간에 끝냈다면 효율은 올랐지만 생산성이 오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남은 두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정해두지 않으면 절약분은 조직 어디에도 쌓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에이전트가 늘면서 화면 없이 API로만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이른바 '다크 소프트웨어'가 등장한다고도 했다.

에이전트끼리 직접 대화하는 단계는 생각만큼 가깝지 않다. 메타는 2025년 3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비즈니스 페이지에 서비스 에이전트를 넣었지만, 이 에이전트는 자사 플랫폼 이용자하고만 대화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경제학자 데이비드 로스차일드는 앞으로의 시장 형태로 폐쇄형인 '에이전트형 담장 정원'과 개방형인 '에이전트 웹' 두 갈래를 제시하며, 개방형으로 가려면 신원 확인과 책임 귀속, 보안, 표준화에 대한 제도적 합의가 앞서야 한다고 했다.

조직 편입은 이번 달 시작됐고, 비용 감각은 기업마다 갈리며, 에이전트 사이의 대화는 규칙이 없어 멈춰 있다. 업무 절차를 바꾸지 않은 채 도구만 얹으면 시간만 줄고 결과는 그대로인 상태에 머문다는 경고가 여러 곳에서 함께 나왔다.

회사원 입장에서 당장 바뀌는 것은 결재선이나 회의록 같은 눈에 띄는 업무는 아니다. 옆자리 프로그램이 어떤 파일을 열 수 있고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지가 규정으로 적히면 직무의 경계도 다시 그어진다. SK텔레콤의 거버넌스 문서가 나오면 조직도보다 권한표를 들여다볼 만하다.

곽동현 기자 · Breath.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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