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지구는 스스로를 돌보는 하나의 몸입니다

편집부·입력 2026. 01. 04. 오후 4:20:00
가이아 이론의 제임스 러브록(1919~2022)에게 듣는다
제임스 러브록(1919~2022)
제임스 러브록(1919~2022) / 일러스트 ⓒ 브레스저널

마취한 토끼 대신 자기 피부를 열복사 아래 내놓은 청년이 있었다. 2차 대전 중 병사를 화상에서 지키는 연구를 맡은 그는 실험동물을 쓰는 방식을 거부하고 제 몸으로 데이터를 얻었다. 그는 뒷날 그 경험을 "지독하게 아팠다"고 적었다.

제임스 에프라임 러브록은 1919년 7월 26일 레치워스 가든시티에서 태어나 2022년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대학에도 기업에도 매이지 않은 독립 과학자였고, 환경론자였으며, 미래를 말하는 사람이었다.

소독 화학으로 1948년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20년을 국립의학연구소에서 보냈다. 예일과 베일러 의대, 하버드 의대에서도 연구했다. 전자포획검출기를 발명해 대기 중 염화불화탄소(CFC)가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의 장비를 설계하다 가이아 가설에 이르렀다.

Q1. 1961년 초 NASA가 외계 대기와 행성 표면을 분석할 장비 개발을 맡겼습니다. 화성을 들여다보다 지구를 다시 봤다고요?

아주 예민한 장비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흙을 파헤치기 전에 공기부터 읽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생명이 있다면 대기를 가만두지 않고 쓰고 바꿀 테니까요.

그러다 고개를 돌려 지구의 공기를 봤습니다. 지구 대기는 무언가가 쉬지 않고 손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무언가가 생명 전체였습니다.

1970년대 후반 바이킹이 화성에 갔을 때의 물음도 같았습니다. 저 행성에 생명이 있는가. 저는 그 답의 상당 부분이 공기에 적혀 있다고 봤습니다.

Q2. 그 발상이 가이아 가설이 됐습니다. 지구가 스스로를 조절한다는 말을 풀어주시겠습니까?

생물과 대기, 바다, 암석을 따로 떼어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나로 묶어서 보면 온도와 성분이 생명에 알맞게 유지되는 되먹임이 보입니다. 저는 그것을 스스로를 조절하는 하나의 체계라고 불렀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그 생각에 기대어 환경과학 책을 여러 권 썼습니다. 가설은 증명이 아닙니다. 지구를 부분의 더미로 보지 않는 눈 하나를 보태고 싶었습니다.

Q3. 전자포획검출기로 대기 중 프레온가스가 널리 퍼져 있다는 것을 처음 확인하셨습니다?

아무도 재지 않은 것을 재는 장비를 만드는 일이 제 평생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그 검출기는 극히 적은 양의 물질도 잡아냅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물질이 지구 대기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드러났습니다.

측정과 해석은 다른 일입니다. 재는 사람이 그 결과의 뜻을 다 아는 것도 아닙니다. 과학이 한 사람 안에서 완결되지 않는다는 걸 저는 그 일로 배웠습니다.

저는 평생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행성 탐사에 쓰인 것도 있고, 영국 보안국에서 수십 년 일하며 만든 것도 있습니다. 본드 영화의 Q 같다는 말을 듣곤 했지요.

Q4. 정규 학계 바깥에 오래 계셨습니다. 대학에 갈 형편이 안 됐던 시절부터요?

어머니는 장학금을 받고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열세 살에 피클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기술학교에 다니기 전까지 글을 읽지 못했고, 나중에 책방을 했습니다. 저는 권위를 싫어하는 아이여서 런던의 학교 생활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학비를 댈 수 없어 사진 회사에서 일하며 저녁에 버크벡 칼리지를 다녔습니다. 그 뒤 맨체스터대학에서 화학을 공부했고 알렉산더 토드 교수 밑에 있었습니다. 대학에 곧장 가지 못한 것이 저에게는 다행이었습니다. 한 분야에만 갇히지 않았으니까요.

퀘이커 농장에서 일하다 교수의 추천으로 의학연구위원회의 일을 맡았습니다. 전쟁 중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등록했다가 나치의 만행을 알고 입대하려 했지만, 의학 연구가 더 요긴하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Q5. 이 기획은 지구를 다룹니다. '순환'이라는 말을 선생님은 어떻게 쓰십니까?

공기와 물, 바위와 생물이 서로에게 건네는 것을 끝까지 따라가 보면 지구가 부분의 더미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탄소도 그렇습니다. 어느 한 곳에서 넘치면 다른 모든 곳이 그 값을 치릅니다.

1950년대 중반 저는 햄스터를 얼렸다가 되살리는 실험을 했습니다. 뇌 수분의 60퍼센트가 얼음이 되어도 탈 없이 깨어났지만 다른 장기는 상했습니다. 하나를 살리면 다른 하나가 다칩니다. 몸은 통째로 봐야 합니다.

그 실험은 사람을 얼려 보존한다는 뒷날의 이론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지구를 볼 때 제가 쓴 감각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Q6. 2026년의 기후 논의는 뜨겁습니다. 선생님은 2000년대에 조류를 되살리는 기후공학을 제안했고, 원자력을 지지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조류를 바다에서 되살리는 방법을 진지하게 내놨습니다. 원자력을 지지하는 환경론자로 목소리를 냈고, 화석연료 쪽 이해관계가 반대 여론 뒤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제가 두려워한 것은 온실효과로 인한 온난화였습니다. 세상이 곧 끝난다는 이야기와,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서 바꾼 척하는 이야기도 그만큼 경계했습니다. 둘 다 사람에게서 행동할 힘을 빼앗습니다.

Q7.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은 것을 하나만 꼽아주십시오?

저는 퀘이커로 자랐습니다. 신은 우주 저편의 신비한 노신사가 아닙니다. 안에서 들리는 작고 고요한 소리라고 배웠지요. 훗날 종교를 떠났지만, 발명하는 사람에게 그만큼 쓸모 있는 태도는 없었습니다.

오늘 하루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으신다면, 자기 둘레의 공기와 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한 가지만 끝까지 따라가 보라고 하겠습니다. 창밖의 나무 한 그루라도 좋습니다. 그 길을 다 따라가고 나면 지구가 남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이 글은 실제 대담이 아닙니다. 제임스 러브록의 생애와 저작, 남겨진 기록을 바탕으로 브레스저널이 재구성한 가상 인터뷰입니다. 질문은 기자가 만들었고 답은 그가 남긴 글과 행적에서 끌어냈습니다.

편집부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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