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잎을 다 버린 나무가 서 있다

플래닛·입력 2026. 04. 26. 오후 3:48:00
눈 덮인 벌판, 맨가지 두 그루가 겨울을 견디는 방식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끼는 중이다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끼는 중이다 / 사진 Mr Dr3igeteilt · Pexels

하늘은 색을 거의 잃었고 눈은 벌판 끝까지 이어진다. 가운데 선 두 그루의 큰 나무는 잎을 한 장도 달고 있지 않아, 잔가지가 하늘에 그려진 실핏줄처럼 보인다. 눈 위로 삐죽 올라온 마른 풀만 갈색으로 남아 겨울의 높이를 알려준다.

잎을 떨군 것은 계산에 따른 선택이다. 빛이 짧고 물이 얼어붙는 계절에 나무는 잎을 유지하는 비용을 줄이고, 뿌리와 줄기에 저장한 것으로 버틴다. 저 앙상한 몸통 안에는 지난 여름 공기에서 끌어당긴 탄소가 나이테로 굳어 있다.

우리가 탄소중립이라고 부르는 일도 결국 이 리듬과 닮았다. 덜 쓰고, 남긴 것을 몸에 저장하고, 다시 자랄 때를 놓치지 않는 것. 나무 한 그루가 평생 붙잡아 두는 탄소는 뿌리내린 그 땅에 오래 서 있게 두는 것만으로 늘어난다.

봄이 오면 저 가지 끝이 다른 어느 곳보다 빨리 부풀 것이다. 그때 새로 돋는 잎의 넓이는 지금 눈밭에 서 있는 저 형태가 결정한다. 그러니 헐벗은 겨울나무를 볼 때 해야 할 일은 베지 않고 지켜보는 쪽을 택하는 일이다.

사진을 한 번 더 보자. 눈에 덮인 것은 벌판이고, 덮이지 않은 것은 하늘로 뻗은 가지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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