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산 뒤로 내려앉고 하늘은 위쪽부터 파랗게, 지평선 가까이는 주황으로 갈라진다. 들판은 초록과 갈색이 조각보처럼 이어 붙어 있고, 그 사이로 흰 길이 가늘게 뻗는다. 그 위에 흰 기둥들이 하나씩 서 있다. 가까운 것은 날개 끝이 화면 밖으로 나갈 만큼 크고, 먼 것은 안개 속에서 점점 작아진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기둥이지만, 오래 보게 되는 것은 그 아래다. 논은 여전히 논이고, 밭은 여전히 밭이다. 발전 설비가 들어섰다고 해서 땅이 통째로 바뀌지 않았다. 기둥이 딛고 선 자리는 작은 원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그대로 농사를 짓는다.
바람은 캐내지 않아도 된다. 파내지 않고, 실어 나르지 않고, 태우지 않는다. 지나가는 것을 잠깐 붙잡아 돌리고 다시 보내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이 풍경에는 연기가 없고, 하늘의 주황은 노을이지 매연이 아니다.
이 저녁은 특별한 곳의 특별한 하루가 아니라, 바람이 부는 어디에서든 가능한 저녁이다. 어디에 무엇을 세울지 정하는 일은 지금 결정되고 있고, 그 결정은 저 흰 길처럼 오래 남는다.
다시 사진을 보면, 날개는 어느 쪽으로 돌고 있을까. 바람이 어디서 불어와 어디로 빠져나가는지, 그 방향을 눈으로 한번 따라가 보라.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