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시민은 답을 냈는데, 청사는 왜 반대로 갔나

플래닛·입력 2026. 04. 13. 오후 3:38:00
숙의단 77.9% 찬성과 공공건물 배출 50% 증가 사이
시민의 결론보다 늦게 꺼지는 청사의 불빛
시민의 결론보다 늦게 꺼지는 청사의 불빛 / ⓒ 브레스저널

주말 저녁, 소등 캠페인 안내문이 붙은 청사 로비를 지나 밖으로 나오면 위층 창들이 여전히 환하다. 그 앞을 지나는 시민 중 상당수는 몇 달 전 설문지나 토론장에서 "감축을 더 빨리 하자"에 표를 던진 사람들이다. 결론을 낸 쪽과 실행을 맡은 쪽이 이렇게 어긋나는 풍경도 드물다.

공론의 결과는 분명했다. 숙의에 참여한 시민 77.9%가 초기 감축을 더 강하게 하자는 쪽에 섰다. 같은 기간 서울 공공건물의 탄소배출은 50% 늘었다.

이 두 결과를 나란히 놓으면 기후 정책의 병목이 어디인지 드러난다. 시민의 동의는 모자라지 않았다. 동의를 받아든 행정이 자기 건물부터 바꾸지 못하고 있다. 감축이 늦어진 책임은 여론이 아닌 집행에 있다.

반론은 충분히 강하다. 공공건물 배출 증가에는 폭염과 한파로 늘어난 냉난방, 코로나 이후 되돌아온 청사 운영, 돌봄·의료·데이터센터처럼 시민이 요구해온 공공서비스의 확장이 섞여 있다. 배출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게으름을 탓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 지적은 옳다. 그러나 냉난방 수요가 늘어날 것을 몰랐던 행정은 없다. 단열과 창호, 열원 교체 같은 조치는 전부 예산 편성의 순위 문제였고, 순위에서 밀렸다는 것은 실수가 아닌 결정이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순위를 바꿀 근거이고, 공론의 결과가 바로 그 근거다.

동의는 앞서갔고 집행은 뒤처졌다
동의는 앞서갔고 집행은 뒤처졌다 / ⓒ 브레스저널

공공건물이 유독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규제로 강제하지 않아도 소유주가 스스로 결정하면 되는 자산이고, 성능 개선의 효과가 수십 년 이어지며, 무엇보다 시민에게 보이는 표본이 된다. 청사가 못 하는 일을 상가와 공장에 요구하기는 어렵다.

동시에 경계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나무 심기 행사와 텀블러 배포로 배출 곡선이 꺾이지는 않는다. 반대로 배출 증가를 두고 "늦었다"고 말하는 체념도 실행을 미루는 또 다른 방식이다. 건물의 배출은 설계와 예산으로 줄어드는, 지루하지만 계산 가능한 영역이다.

가장 확실한 변화는 다음 예산안에서 온다. 각 지자체가 공공건물 에너지 성능 개선에 얼마를 배정하는지, 그 항목이 지난해보다 늘었는지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정보다. 주민 설명회나 의회 예산 심의에서 그 한 줄을 짚어 묻는 시민이 열 명만 생겨도, 순위표의 아래쪽에 있던 항목이 위로 올라간다.

공론장에서 손을 든 열에 여덟은 자기 몫을 했다. 그 손이 예산서의 한 줄로 옮겨 적히는지 지켜보는 일이 남았다. 이번 겨울, 청사의 불빛이 조금 일찍 꺼지는지부터 보면 된다.

플래닛 기자 · Breath.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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