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통합돌봄이 놓친 마지막 며칠

인터뷰·입력 2026. 04. 10. 오전 8:46:00
살던 집에서 눈감는 비율 8.3%, 생애말기 연계가 빈칸으로 남았다
집에서 마지막을 맞는 일은 여전히 열 명 중 한 명에 못 미친다
집에서 마지막을 맞는 일은 여전히 열 명 중 한 명에 못 미친다 / ⓒ 브레스저널

집에서 생을 마치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이 되지 않는다. 2024년 국내 자택 임종률은 8.3%로 파악된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와 서영석 의원 주최로 열린 '호스피스와 통합돌봄의 동행' 정책토론회는 이 비율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부제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과 생애말기 돌봄 연속성 구축을 위한 정책 제언 및 실행 전략'이었다.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지난달 27일 시행됐다. 시설로 옮기는 대신 살던 동네에서 의료와 요양, 생활 지원을 함께 받도록 하겠다는 약속이다. 장기요양, 노인맞춤돌봄, 방문건강관리처럼 따로 굴러가던 서비스를 하나로 거치는 것이 뼈대다. 노쇠·장애·질병·사고로 일상을 꾸리기 어려워진 노인과 장애인이 대상이고,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도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보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절차는 신청에서 시작한다. 조사와 종합판정을 거쳐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우고, 서비스를 연계한 뒤 모니터링으로 이어진다. 종합판정과 계획 수립은 시군구 전담조직이 맡고, 조사에는 노인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장애인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이 전문기관으로 들어온다. 생활지원사는 전용 시스템에 출퇴근과 방문 일정을 기록하며 하루에 여러 집을 돌고, 안부와 안전을 확인하고 말벗이 되고 외출과 병원 동행을 함께한다.

토론회에서 김대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교육이사는 이 설계가 임종을 앞둔 환자를 담기에는 성기다고 봤다. 통증은 몇 시간 만에 달라지고 위기는 대개 밤에 온다. 그는 호스피스를 필수의료로 놓고 재정을 투입하는 결단과, 보건복지부가 컨트롤타워를 맡는 체계를 제안했다.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가정 안에서 의료를 쓸 통로가 얇다는 점, 돌봄의 짐이 가족에게 통째로 넘어간다는 점, 갑자기 나빠졌을 때 받아줄 병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안이 함께 지목됐다. 개선 과제로는 네 가지가 제시됐다. 생애말기 환자가 제도 안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분명히 하고, 가정형 호스피스를 늘리고, 24시간 대응하는 재택의료를 만들고, 응급과 완화의료를 연결하는 일이다.

다섯 단계로 짜인 통합돌봄 절차에서 생애말기 구간이 비어 있다
다섯 단계로 짜인 통합돌봄 절차에서 생애말기 구간이 비어 있다 / ⓒ 브레스저널

임종한 한국커뮤니티케어협회 회장은 케어매니저 제도를 바탕에 둔 맞춤형 서비스를 주문했다. 동네 병원과 요양시설, 방문의료와 방문간호, 재가복지가 각자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팀으로 묶여야 지역에서 완화의료에 닿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영석 의원은 생애말기 영역에서 의료와 돌봄이 갈라져 있고, 집을 기반으로 한 연계와 상시 대응체계,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장치가 모두 모자라다고 밝혔다. 정부 측은 토론회에서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며 제도 안에서 연속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공교롭게도 하루 전인 9일, 보건복지부는 세종과 제주를 뺀 15개 시도의 시군구·읍면동을 찾아가는 점검에 들어갔다. 법이 전면 시행된 뒤 처음 이뤄지는 전국 단위 점검으로 전해진다. 4월부터 7월까지 열다섯 차례, 4월 둘째 주 서울 관악구에서 시작해 7월 셋째 주 광주 서구에서 마무리되는 일정으로 짜였다. 박재만 통합돌봄지원관이 주재하고 통합돌봄사업팀장 등이 함께 다닌다.

점검지에는 강원 횡성군과 경북 의성군, 충북 진천군 같은 농어촌과 울산 남구·인천 계양구·대구 달서구 같은 도시가 고루 들어갔다. 예산지원형 지자체를 앞세웠고, 시군구 통합지원회의를 참관한 뒤 읍면동의 자체조사와 통판조사를 살피고 간담회를 연다. 이 점검표에 생애말기와 호스피스 연계가 항목으로 들어 있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제도가 막 굴러가기 시작한 지금은 서식과 절차를 고쳐 쓸 여지가 가장 큰 시기다. 관악구에서 여수시를 지나 서구까지, 넉 달 동안 열다섯 개 현장의 기록이 쌓인다. 그 기록에 밤 시간의 통증과 마지막 몇 주가 한 줄이라도 적히느냐에 따라, 살던 곳에서의 마무리라는 약속의 크기가 달라진다.

생활지원사가 오늘 방문한 집 가운데 어딘가에는, 몇 달 뒤 임종을 맞을 사람이 앉아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신청서에도 지원계획에도 적혀 있다. 계획서의 마지막 칸을 비워두지 않는 일이 남아 있다.

인터뷰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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