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살던 집에서 늙어가기, 첫해의 시험대

인터뷰·입력 2026. 04. 08. 오후 6:48:00
제주 1만7349명·대덕구 3년 1680명, 통합돌봄 실행 사례가 동시에 쌓인다
병원이 아닌 살던 집에서 돌봄을 받는 방식이 제도로 들어왔다
병원이 아닌 살던 집에서 돌봄을 받는 방식이 제도로 들어왔다 / ⓒ 브레스저널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전국 지자체가 각자의 통합돌봄을 굴리기 시작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8일 '제주가치돌봄' 누적 이용자가 1만7349명이 됐다고 밝혔다. 경북 고령군은 서비스 수행기관 두 곳과 위수탁 계약을 맺었고, 전북 김제시는 '살던 곳에서 평온하게 영위하는 삶'을 올해 정책 비전으로 내걸었다. 시설이나 병원으로 옮기지 않고 지금 사는 집에서 의료·요양·주거를 함께 받게 하겠다는 설계다.

제주의 이용자 증가세는 뚜렷하다. 2023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해 그해 683명, 2024년 3775명, 2025년 8337명이 이용했다. 2026년 3월 기준으로는 455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2100명보다 116.9% 늘었다. 도는 읍면동에 통합돌봄 전담창구를 두고 상담과 신청을 받으면서 퇴원 환자 등에게 생활돌봄 서비스를 잇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제시는 방문진료와 병원동행을 축으로 장기요양·노인맞춤돌봄 같은 공적돌봄을 우선 연계한다. 여기에 식사·이동·가사 지원, 주거환경 개선, 정서지원, 사례관리를 붙였고 이동지원·재활운동·식사지원은 '김제형 특화서비스'로 따로 묶었다. 고령군은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운 뒤 통합지원회의 심의를 거쳐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고령지역자활센터가 동행이동지원·식사지원·주거환경개선을, 다산수경노인복지센터가 가사지원·목욕지원을 맡는다.

법 시행보다 앞서 움직인 곳도 있다. 대전 대덕구는 2019년 조례를 만들어 통합돌봄을 시작했고, 2023년에는 예산 없이 6명짜리 전담 조직부터 꾸렸다. 인구 약 16만5000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22.6%, 1인 가구가 42.8%다. 등록장애인 약 1만 명 중 54%가 65세를 넘겼고, 10년 사이 인구는 3만 명 줄었는데 노인 인구는 두 배가 됐다.

대덕구는 65~75세 건강한 노인을 위한 '예방트랙'과 중증 어르신을 위한 '집중돌봄트랙'을 나눠 운영한다. 주거·의료·돌봄을 한데 묶은 케어안심주택 '늘봄채'도 있다. 의료·요양·돌봄기관 80곳과 협약을 맺었고, 2023년부터 3년간 약 1680명에게 3862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사업 규모는 약 14억 원으로, 국비와 지방소멸기금·고향사랑기부금을 끌어모아 채웠다.

재원을 여기저기서 긁어모은다는 것은 안정된 재원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연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른 사회복지의 역할 모색' 토론회에서도 같은 지점이 지적됐다. 신창환 경북대 교수가 발제하고 정종화 삼육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회에서 지자체의 인력·재정 기반 부족, 중앙집권적 운영의 한계, 현장의 전담 인력 부족과 의료 인프라 미흡이 과제로 꼽혔다. 남일성 성공회대 교수, 김이배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위원, 소영미 영월군사회복지협의회 사무국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돌봄을 집으로 옮긴다는 말은 부담을 가족에게 되돌린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2025년 보건복지부 치매 실태조사에서 치매 환자 가족의 45.8%가 극심한 돌봄 부담을 호소했다. 환자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연평균 1700만~3000만 원으로 제시됐다. 공적 서비스가 그 사이를 메우지 못하면 '살던 곳에서'는 '가족이 알아서'로 읽힌다.

지금 이용할 수 있는 창구는 있다. 전국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는 맞춤형 사례관리와 인지강화 프로그램, 치료관리비 지원, 조호물품 제공, 가족 상담을 무상으로 한다. 제주는 읍면동 전담창구에서 상담과 신청을 받고, 김제와 고령은 지정된 수행기관을 통해 서비스를 연결한다. 어머니를 모시는 사람이든 혼자 사는 사람이든, 오늘 전화를 걸 곳이 동네에 하나씩은 생겼다는 얘기다.

지자체가 스스로 정한 비전과 계약서는 이제 나왔다. 다음에 확인해야 할 것은 그 계약서에 몇 명의 담당자가 붙어 있고,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늘었는지다. 대덕구가 예산 없는 전담 조직으로 시작해 7년 만에 14억 원 규모까지 온 과정은, 이 일이 선언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머지 지자체가 그 7년을 얼마나 앞당길지가 첫해의 성적표가 된다.

인터뷰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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