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들이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길에 눈이 얇게 덮였다. 가지에는 잎이 없고, 하늘은 흐린 우유빛으로 낮게 내려와 있다. 길 가장자리에는 지나간 누군가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고, 저 멀리 걸어가는 두 사람의 형체가 작게 흔들린다.
이런 풍경 안에서는 숨이 저절로 길어진다. 찬 공기가 코끝을 지나 가슴까지 내려가고, 올라가 있던 어깨가 한 뼘쯤 내려온다. 눈은 길 끝 한 점에 머물다가 슬며시 초점을 놓는다.
겨울 길에서 마음이 하는 일은 대개 서두름을 내려놓는 것이다. 미끄러질까 조심스러워진 걸음은 평소보다 짧아지고, 짧아진 만큼 지금 딛는 한 걸음에 마음이 머문다.
눈 쌓인 데를 만나면 삼 분쯤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괜찮다. 뽀득, 하고 눌리는 소리가 발바닥에서 귀까지 올라오는 동안 다른 생각은 잠깐 뒤로 밀려난다.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걸음을 조금 늦춰 보면 어떨까.
길 끝의 사람들도 각자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을지 모른다. 눈은 그 소리를 잠시 받아 두었다가 조용히 지운다.
리커버리 기자 · Breath.Socia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