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스저널 The Breath Journal

모래에 닿는 잔물결 한 줄

배진경·입력 2026. 03. 29. 오후 6:18:00
파도가 한 번 밀려올 때 숨도 한 번
물결이 한 줄씩 도착하는 동안
물결이 한 줄씩 도착하는 동안 / 사진 hartono subagio · Pexels

물결 한 줄이 낮게 밀려와 젖은 모래에 하얗게 부서진다. 오후의 빛이 비스듬히 얹혀 물 표면은 잔주름처럼 반짝이고, 모래는 물기를 머금어 짙은 갈색으로 젖어 있다. 파도는 크지 않다. 무릎도 넘지 않을 높이로, 부서지고 사라지고 다시 온다.

그 장면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의 초점이 저절로 풀린다. 물이 밀려들 때 어깨가 조금 내려가고, 물러날 때 손끝의 느슨해진다. 발바닥은 자기도 모르게 바닥을 가만히 짚는다. 몸이 리듬을 따라가는 데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바쁜 날의 호흡은 대개 다음 일을 재촉하느라 짧아져 있다. 들이쉬기도 전에 내쉬고, 내쉬면서 벌써 다음 할 일을 세고 있다. 물결에는 그런 재촉이 없다.

창가든 책상 앞이든, 눈을 반쯤 내리고 파도 하나가 오는 만큼 들이쉬고 물러나는 만큼 내쉬어 보자. 세 번이면 충분하다. 굳이 길게 늘이지 않아도, 한 번에 하나씩만 맞추면 어떨까.

같은 셈은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굴러간다. 층수 표시가 하나씩 바뀌는 동안 숨을 한 번 들이고, 문이 닫히는 사이 천천히 내쉬어 봄직하다. 그때 목 뒤가 어떤 상태인지 슬쩍 살펴도 좋다. 어깨에서 뒤통수로 올라가는 그 짧은 구간이 뻣뻣하게 잠겨 있는지, 아니면 고개가 조금씩 흔들릴 만큼 풀려 있는지만 알아차리면 된다.

물결은 다음 줄을 준비하며 여전히 밀려오고 있다.

배진경 기자 · Breath.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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